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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 좁아 ‘깔때기 물폭탄’… 해남 533-영암 266mm 강수량 큰차

입력 | 2021-07-08 03:00:00

장마전선 중심 위치하는곳 물폭탄… 임실-고성 등 시간당 60mm 퍼부어
돌풍에 번개까지 동반 피해 속출, 강진 전복 양식장 31곳 폐사도
내일까지 충청권-남부지방 계속 비



7일 전북 전주 완산구의 한 하천 인근 주차장이 불어난 하천물에 잠겨 있다. 전주=뉴시스


늦은 장마가 시작된 3일 이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장맛비는 특정 지역에 비가 단시간 집중해 내리고 있다. 정체전선(장마전선) 위치에 따라 바로 옆에 있는 지자체라 할지라도 강수량은 수백 mm 차이를 보이는 양상이다.

5일부터 7일 오후 1시까지 전남 해남군에는 533.5mm의 비가 쏟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해남군 남북에 위치한 완도군과 영암군은 각각 269.1mm, 266.5mm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이 지자체들은 해남군과 30km도 차이가 나지 않지만, 강수량 차이는 두 배가 넘는 267mm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는 비가 오는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길게 만들어진 띠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마전선의 중심에 들어간 해남군에는 ‘물폭탄’이 쏟아졌지만 인근 완도군과 영암군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가 왔다.

기상청은 “남북으로 커다란 기단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좁은 비구름에 수증기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름은 얇은데 비의 양이 많아 장마전선의 중심이 위치하는 곳을 중심으로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비가 내리는 곳은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에도 전북 임실과 경남 고성에는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각각 61.5mm, 58.5mm에 이를 정도로 강한 비가 쏟아졌다. 통상 시간당 30mm 이상의 비만 내려도 자동차 와이퍼를 작동했을 때 앞이 잘 보이지 않고, 50mm 이상일 때는 우산을 써도 효과가 없다.

전남 강진군에서는 6일 내린 폭우로 전복 양식장 31곳이 폐사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만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집중호우로 바닷물 염도가 낮아지고, 담수에 섞인 황토가 전복의 숨구멍을 막아 대량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 전남 진도군에서도 고군면 육상양식장 20곳에서 키우던 어린 전복이 폐사했다.

장마전선은 9일까지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낮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밤사이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 영향을 받아 다시 비구름대가 커져 새벽까지 비를 강하게 뿌리는 양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8일부터는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 지방에도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8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충청권과 전북 북부, 남해안, 제주 산지 최대 120mm 이상, 수도권과 강원 5∼40mm다.

장마전선은 12일 수도권으로 중심을 옮긴 뒤 13일부터는 북한 쪽으로 일시적으로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의 7일 장기예보에 따르면 최소 17일까지는 장맛비 소식이 없다.

그 대신 습도가 높은 북태평양고기압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열대야와 폭염이 찾아온다. 기상청은 “내륙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겠고, 아침 최저기온도 25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더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