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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 의혹’ 박영수 특검 사표 “수산업자에 검사 소개, 책임 통감”

입력 | 2021-07-08 03:00:00

국정농단 특검 4년7개월만에 가짜 수산업자 연루돼 불명예 퇴진
포르셰 받은 의혹엔 “차후 해명”, 朴이 추천한 특검보 2명도 사표
선물명단 27명중 4명이 특검 이력… 朴, 수산업자 金씨 변호인도 소개
유명 연예인 모친도 명단 포함, 金씨 “연예인에 1억 현금 줬다”



수산업자로부터 포르셰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의를 표했다. 사진은 2017년 박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43·수감 중)에게 현직 검사를 소개시켜 주고, ‘포르셰 파나메라 4’ 렌터카 차량을 제공받은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검사 박영수 변호사(69)가 7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박 특검은 입장문을 내고 “이런 상황에서 특검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특검이 출범한 2016년 12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등 30여 명을 수사해 대부분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낸 박 특검이 4년 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 박 특검 “수산업자, 검사에 소개… 도의적 책임 통감”

박 특검은 659자 분량의 ‘사직의 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박 특검은 특검에 두 차례 파견 근무를 한 A 검사를 김 씨에게 소개시켜 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박 특검은 “논란이 된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A 검사에게 소개해준 부분 등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A 검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 씨로부터 포르셰 차량을 제공받은 뒤 올 3월 렌트비 250만 원을 뒤늦게 현금으로 지급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차후 해명하겠다”고만 했다.

박 특검의 추천으로 임명돼 국정농단 사건의 공소 유지를 맡고 있던 양재식 이용복 특검보도 사표를 제출했다. 박 특검은 “특검 궐위 시 특검보가 재판 등 소송 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했다. 후임 특검은 대통령이 절차에 따라 임명한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은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서 후임 특검이 공소 유지를 맡게 된다.

○ 선물 명단 27명 중 정치권 9명, 특검 4명

김 씨가 정관계 인사 등에게 선물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던 직원의 휴대전화에 담긴 27명 명단에는 정치권 인사 9명, 박 특검을 포함해 전현직 특검 관계자 4명이 포함돼 있다. 특검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A 검사, 특검에서 지원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검찰 수사관 B 씨, 특별수사관으로 일했던 이모 변호사다. 특히 이 변호사는 박 특검의 소개로 지난해 9월부터 김 씨 사업에 대한 자문 및 법률 대리인 역할을 했으며, 올 3월 김 씨가 경찰의 수사를 받자 김 씨의 변호인을 맡았다. 박 특검에게 김 씨의 ‘포르셰’ 차량을 빌려 타보라고 제안한 것도 이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박 특검이 ‘포항의 부잣집 아들을 하나 소개받았다. 선박과 슈퍼카도 있다더라. 좋은 고객이 될 것’이라며 김 씨를 소개해 줬다”면서도 “김 씨가 체포되기 전에는 그의 사기 혐의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과 가족, 김무성 전 의원과 가족, 정봉주 전 의원, 이훈평 전 의원, 경북 포항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과 보좌관 등 정치권 인사들도 9명이 있었다. 사립대 전직 이사장, 교수 이름과 함께 유명 연예인 C 씨의 모친 이름도 명단에 적혀 있었다. 김 씨는 C 씨에게 약 1억 원의 현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또 주변에 “C 씨가 음주운전을 했을 때 내가 전화를 해서 사건을 정리하고 무마해 줬다” “C 씨의 생일에 6000만 원을 들여 집 앞에 장식을 마련하고 생일 축하도 해줬다”고 자랑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 씨, 재판서 “휴대전화 압수 위법” 주장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올 3월 구속 수감된 김 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 김 씨 측은 법정에서 “경찰이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휴대전화에는 녹취파일과 김 씨가 각계 인사에게 보낸 선물 사진 등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한 절차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수사 초기 로비 대상자를 진술하던 김 씨는 최근에는 “경찰에서는 진술하지 않겠다. 검찰로 송치되면 이야기하겠다”며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