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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정치 참여하겠다” 감사원장 사퇴후 첫 출마 시사

입력 | 2021-07-08 03:00:00


최재형 전 감사원장(사진)이 7일 사퇴 9일 만에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대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전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 나라와 사회를 위해 기여할 게 있는지 숙고했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전 원장이) 대선 출마 결심은 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정치를 할지, 어떤 나라를 이루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할지 깊이 생각한 후에 행보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체적인 내용이나 공식적인 것을 밝히기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 선언문 등을 준비한 뒤 7월 내 공개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재형 사의 9일만에 ‘정치 결심’… 野 “권영세와 10일까진 만날 것”
100여일 잠행 윤석열과 다른 행보… 이달중 공개행보 시작할듯
주변선 대선조직 구성 움직임
崔측 “구체적 선언까진 시간 필요… 공보업무 담당할 대변인 물색중”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9일 만에 정치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대선 여론조사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심으로 흘러갔던 야권 대선 지형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최 전 원장 주변에선 대선 조직을 꾸리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동시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정치적 기반이 없는 최 전 원장이 출마 선언과 동시에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조율 중이었던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의 회동 일정과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늦어도 10일까지는 두 사람이 회동할 것”이라며 최 전 원장 입당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 “대변인 물색 중” 속도 내는 崔
최 전 원장은 이날 언론들과의 통화에서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공식적인 것을 밝히기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대선 출마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검찰총장 사퇴 이후 100일 넘게 잠행했던 윤 전 총장과 달리 속전속결로 명확한 의사를 공표한 것.

최 전 원장의 행보가 빨라진 배경을 놓고 최 전 원장 주변 인사들은 “최 전 원장은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의 측면을 깊이 생각하며 신속히 결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칼’을 받아 보수진영 인사들에 대해 싹쓸이식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윤 전 총장으로는 국민 통합은커녕 보수 통합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강성 보수 지지층의 주장도 최 전 원장에게 잇달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또 “반문(반문재인) 정서에만 기대 정권 교체를 이루려는 게 아니라 국정운영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감사원장을 지내며 국정 전반에 대해 살펴본 만큼 수사 업무만 했던 윤 전 총장에 비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역량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 전 원장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추락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도 담아 대선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선언을 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우선 공보를 담당할 대변인을 누구로 정할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 野 “‘尹 리스크’ 우려” “崔 기대감” 표출
최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 씨가 1심에서 사기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되는 등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자 국민의힘 안팎에선 “‘흠결 없는 후보’를 내세워야 본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최재형 대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에 네거티브 대응만 하다가 선거 끝나면 어떡하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게 쏠렸던 기대감이 초반에 비해 누그러졌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최 전 원장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가 지나가면 ‘찬 바람’이 일었지만, 최 전 원장이 지나가면 ‘따뜻한 바람’이 분다는 얘기도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 초선 의원도 “아직 당내에 (각종 수사로) 윤 전 총장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분이 많다”며 “‘100% 웰컴’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보다 빨리 전격 입당할 경우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치적 경험이 없는 최 전 원장이 야권 내 지원 세력을 빠르게 구축할지, 정무적 판단을 정확하게 해나갈지 등이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원희룡 제주도지사 행사에 참석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장 사퇴를 조기에 했다는 것 자체가 자기의 뜻을 굳히고서 대선 출마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기 때문에 출마 선언에서 무엇을 지향하는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관심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른 최 전 원장에 대해 “훌륭한 분들이 국민들의 선택 앞에 오신다는 건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