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라고요?”
최근 한 보험사의 TV 광고에 등장한 모델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국적인 외모와 화려한 춤 실력으로 대중의 인기를 끄는 가운데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20년 전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상상 이상의 정교한 합성 기술에 사람보다 더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 ‘가상 모델’이 ‘인간 모델’을 완벽히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신한라이프의 광고에서 춤을 추고 있는 가상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유튜브 캡처) © 뉴스1
성은 오, 이름은 로지. 나이는 22세, 성별은 여성이다. 직업은 ‘인플루언서’로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5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위 설명만 보면 사람과 다를바 없지만, 사실 로지는 ‘가상 인간’이다. 더 정확한 표현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 유명인)로,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시켰다.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여느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맛있는 음식 사진을 올리거나, 휴가를 보내는 일상을 공유한다. 네티즌이 작성한 댓글에 일일이 댓글을 살며 ‘소통’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1일 로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두근거리는 공중파 첫 데뷔”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이 출연한 TV 광고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 로지는 흐르는 음악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추는가 하면,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기도 했다.
미국의 가상 인간 ‘릴 미켈라’와 일본의 가상 인간 ‘이마’ (인스타그램 캡처) © 뉴스1
사실 ‘가상 인간’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영향력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가상 인간이 사람 모델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함과 동시에 한계점까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활용성이 강점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모델 활용이 가능하다.
동시에 위험부담도 적다. 실제 사람과는 달리 아프지도, 늙지도 않는다. 심지어 모델이 각종 ‘구설수’에서 휘말려 광고가 중단되는 일도 없다.
일본의 ‘이마’도 있다. 일본의 한 CG 전문 회사에서 탄생한 ‘이마’ 역시 33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각종 해외 명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돼, 지난해 7억원의 수익을 냈다.
가상 인간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 뉴스1
가상 인간은 한국에서도 MZ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빠르게 현실에 녹아들고 있다.
로지를 광고 모델로 섭외한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기존의 광고 공식을 깨고 MZ 세대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모델부터 남다른 전략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이 만든 가상 인간 ‘샘’은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삼성 걸’로 불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에서 가상인간 23세 ‘김래아’를 연설자로 등장시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미국,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상 캐릭터에 대해서 친화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코로나19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상 인물과 일상에서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노출 빈도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가상 인물에 대한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