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은 아프간 북서부 바드기스 주(州)의 지방 수도인 칼라 이 나우(Qala-e-Naw)를 공격했다. 이는 미군이 아프간 철수를 결정한 이후 발생한 첫 탈레반의 지방 정부 공격이다. 탈레반은 감옥을 습격해 400명 이상의 수감자들을 풀어줬다. 히샤무딘 샴스 바드기스 주지사는 자신이 칼라 이 나우에서 탈레반군을 목격했고, 이어 정보국 본부 건물이 불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세 방향에서 작정하고 도시를 공격해 들어왔다.
외신에 따르면 미군이 아프간 곳곳에서 철수를 진행하는 가운데 최근 몇 주 동안 탈레반이 수십 개 지역을 새로 장악했다. 현재 아프간 국토의 약 3분의 1이 탈레반 지배 지역이고, 그 세력은 매일 커지고 있다.
아프간 민간인 사회에서는 다시 ‘탈레반 공포’가 퍼지고 있다. 탈레반은 이전에도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는 민간인을 공개 처형하고, TV 등 서양문물의 소지 및 이용을 금지해왔다. 또 10살이 넘은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 못 다니게 하는 등 만행을 일삼았다. 특히 여성들은 탈레반 치하에서 심각한 인권 유린에 시달렸다.
아프간 주변국에서는 ‘난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다시 활개를 칠 경우 아프간 민간인들이 위협을 피해 대거 인접국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인접국 이란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실패했고, 결국 아프간에 더 큰 피해를 남겼다”고 비난했다. 아쉬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정부군이 탈레반을 저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1000명 이상의 정부군이 인접국 타지키스탄으로 도망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BBC는 더 많은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을 피해 인접국으로 도망갈 수 있다고 전했다.
BBC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아프간 테러범들이 다시는 서방에 대한 공격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했고 때문에 미군 철수는 정당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그람 기지에 주둔하던 미군이 아프간 정부에 알리지 도 않고 ‘한 밤 중’ 몰래 철수했다고 꼬집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