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부지법원장, 수사기밀 유출한 혐의 1심 "위법 부당 지시 인정 안 된다" 무죄 검찰 "수사상황 보고받아" 징역2년 구형 이태종 "숱한 무죄에도 기계적 항소 분노"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의 항소심에서도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전 법원장은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권한을 남용해 자의적으로 기소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1심은 사실오인, 법리오해를 했다”며 “관련 증거를 종합하면 이 전 법원장이 A판사(당시 기획법관)에게 서울서부지법 집행관 비리에 대한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법원장은 “1심은 1년6개월에 걸쳐 심리해 무죄 선고했는데, 검찰은 판결문 검토도 부족한 다음날 항소했다”며 “검찰이 증거, 법리를 따지기보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상대방을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의사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권한을 남용해 자의적으로 기소했다”면서 “검찰은 적어도 법원장 정도를 기소해야 자기들이 돋보인다 생각해 아무 관여 없는 피고인을 기소 대상으로 삼았다”고 작심 비판했다.
또 “1심에서 밝혀졌듯 수사 절차에서 법관 직원을 조사하며 사소한 흠을 잡아 겁주고 위축된 그들로부터 강요된 진술을 얻어냈다”며 “검사가 현직 법원장을 조사하며 회유·협박하는 게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건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 전 법원장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로 일련의 사건에서 숱하게 무죄가 나왔는데 아무 사과 없이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고 곧바로 기계적 항소하는 행태에 분노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전 법원장 측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은 집행관 비리 시정 차원에서 철저히 업무할 것을 전했을 뿐이지 저열한 목적으로 행동 안 했으리라 누구보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1심이 제대로 판단한 만큼 결론을 유지해달라”고 밝혔다.
이 전 법원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 법원장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은폐하고자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법원 내 하급 직원에게 총 8차례에 걸쳐 영장청구서 사본과 관련자 진술 내용 등을 신속히 입수하고 보고하게 하는 방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1심은 “이 전 법원장이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에 철저한 감사 외에 수사 확대 저지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위법 부당 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는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무죄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지난 3월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에게는 각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