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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3년만에 파업하나…노사 ‘정년연장’ 갈등

입력 | 2021-07-08 17:19:00

현대자동차 노조가 7일 실시한 파업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4만8599명 중 3만5854명(73.8%) 찬성해 가결됐다. © 뉴스1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80%가 넘는 찬성률로 쟁의행위 투표를 가결시켰다. 노사간 의견 차가 좁혀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2018년 이후 3년 만에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전체 투표 조합원 4만3117명 중 83.2%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현대차 노사는 5월부터 13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쟁의가 결의됐다고 곧바로 파업을 하는 건 아니다. 노조 쟁의대책위원회가 파업 여부를 논의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입장 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려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과 지난해에 무분규 타결을 이뤘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의 주요 쟁점은 정년연장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64세까지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신규 채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년연장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해결의 실마리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 노조 설문조사 결과 임단협 안건 중 정년연장에 대한 찬반은 51대 49로 양분됐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직원들의 반발이 크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자)가 주축인 사무·연구직 노조는 정년연장보다 공정한 성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연장 이슈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기아, 한국GM 노조는 정년연장 입법을 위한 국민 청원운동에 돌입했고 민노총은 정년연장 등을 내걸고 11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기획재정부가 7일 “정부는 60세 이상 정년연장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정년연장은 향후 정부의 주요 정책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때 다른 노조의 연쇄 파업도 배제할 수 없다. 6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외에 한국GM 노조도 이달 초 쟁의 투표가 가결돼 파업 준비 수순을 밟고 있다.

전기자동차 등 미래차 전환을 앞두고 인력 재배치도 갈등 요소다. 향후 대세가 될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제작에 들어가는 인력이 20% 이상 적다. 회사의 효율적 경영과 고용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5월 현대차가 74억 달러(약 8조40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자 노조는 “조합원을 무시하는 일방적 투자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미래차 부품 국내 생산 등 산업 전환기 고용안정 협약을 임단협 별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을 앞두고 3월 노사간 맨아워(공정 투입 작업자 수) 협상에 진통을 겪는 등 미래차 체제 전환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노사 갈등이 국내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인구 5000만 명, 고용률 70% 이상인 4개국과 한국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09~2019년 사이 국가별로 근로자 1000명 당 쟁의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한국이 38.7일로 일본(0.2일)의 193.5배, 독일(6.7일)의 5.8배, 미국(7.2일)의 5.4배, 영국(18.0일)의 2.2배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2012~2019년에 벌어진 파업으로 적게는 1800억 원, 최대 3조10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현대차 노사 협상은 국내 노사 관계 바로미터로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 현 상황은 글로벌 경쟁력 발목을 잡을 전통적 투쟁관계로 회귀할지, 미래 산업 전환을 이끌 운용의 묘를 내놓을지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