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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현수]또 깜짝 실적 삼성 위기설 왜 나오나

입력 | 2021-07-09 03:00:00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이번에는 반도체가 날았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분기(4∼6월) 잠정실적 얘기다. 증권가 추정치를 훌쩍 뛰어넘은 영업이익 12조5000억 원 중 7조 원가량이 반도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이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의 지난해 글로벌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41.7%로 압도적 1위다. 시가총액도 ‘넘사벽’이다. 5대 그룹 상장 계열사 중심으로 시총을 분석해 보니 삼성 16개 계열사 시총은 5월 말 기준 746조 원으로 2위 SK그룹(20개 계열사 208조 원)과 500조 원 이상 차이가 났다. 삼성은 실적, 시장 점유율, 시총 등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기업인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삼성 안팎에서 끊임없이 “위기의 조짐이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외신도 위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월 “삼성의 메모리 독주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가족 경영 특유의 엄격한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총수의 구속은) 투자가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위기의 시그널도 나온다. 삼성의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견고하지만 4년 전과 비교해 약 5%포인트 줄어들었다. 최근 3위 마이크론이 삼성보다 먼저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해 삼성의 초격차 전략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시총도 증가율로 보면 다른 그룹에 밀렸다. 최근 5년 동안 삼성 상장 계열사 시총이 89% 증가할 때 SK그룹(130.5%), LG그룹(107.6%)은 날았다. 삼성 시총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1.5%에서 올해(5월 기준) 28.2%로 줄어들었다.

왜 그럴까. 시총이 급증한 SK나 LG는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 발표가 끊이지 않는다. LG는 스마트폰을 접고 글로벌 전장부품사와 합작사를 출범시켰고, SK는 투자회사로 변신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사업을 팔고 사고 ‘업(業)’을 바꾸느라 정신이 없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반면 삼성은 조용한 편이다. 국내 최대 규모 M&A 타이틀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건으로 가져가버렸다. 삼성 경영진이나 임원들을 만나면 이들의 최우선 과제가 미래보다 과거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정농단, 삼성물산 합병, 최근엔 임직원 급식까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과거에 대한 수사와 조사 대응에 경영자원을 쏟고 있었다. 5년여 사법 리스크가 기업의 문화와 공기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당장 실적이 좋아도 ‘방어태세’로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지니 위기감이 커진다. 한 관계자는 “작은 투자나 M&A 결정 하나에도 시민단체들이 반발하지 않을까, 리스크부터 살피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일 때가 삼성의 전성기였던 것 같다. 세계 1등 해보자는 공격적 조직문화가 버티고 있었다”고 했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방어태세로 웅크리고 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경제의 몫이 될까 두렵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