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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MZ세대에 南 말투 단속…“남편 오빠라 부르지 말라”

입력 | 2021-07-09 03:00:00

국정원, 국회 정보위 보고
외모 변화, 건강이상 아닌 다이어트…코로나 백신 접종 동향은 없어
8일 금수산 참배 신변이상설 일축
北 MZ세대에 한국식 말투 유행…“남편을 오빠라 부르지 말라” 단속



리병철, 세번째 줄 위치 北 상무위원 해임 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가운데)이 8일 할아버지 김일성 사망27주기를 맞아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당 핵심 권력인 상무위원들이 맨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 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관련 “중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리병철(점선 안)은 셋째 줄로 밀려나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4개월간 10∼20kg의 체중을 감량했다고 국가정보원이 8일 보고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2월 8일부터 6월 17일까지 김 위원장의 변화된 외모를 볼 때 이같이 판단한다”며 “병이 있어서 빠진 게 아니라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고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체중을 감량하고 “정상적으로 통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도 보고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동향도 없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해임한 상무위원이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며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밝혔다. 상무위원은 북한의 핵심 권력으로 김 위원장을 비롯해 5명이었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에도 리병철은 맨 앞 줄에 선 김 위원장 및 다른 상무위원과 달리 당 후보위원들 위치인 셋째 줄로 밀려났다.

국정원은 방역 관련 중대 사건이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 인근의 “의주 비행장 방역 소독시설 가동 준비 미흡과 전시 비축 물자 공급 지연, 관리 실태 부실”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했다.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4월부터 북-중 무역을 재개하려 의주 비행장을 방역시설로 활용하려 했으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자 군부에 책임을 추궁했다는 것. 실제 국경 봉쇄에 따라 조미료와 설탕 가격은 5배, 의약품은 10배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10∼30대인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오빠” “남친” 등 한국식 말투와 옷차림이 유행하자 ‘비사회주의’라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하 의원은 “북한이 청년 옷차림이나 남한식 말투, 언행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남편을 ‘오빠’라고 하면 안 되고 ‘여보’라고 써야 한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남친(남자친구)’ ‘쪽팔리다(창피하다)’ ‘글고(그리고의 줄임말)’도 금지돼 각각 “남동무” “창피하다” “그리고”로 써야 한다. 북한은 한국식 말투나 옷차림, 길거리 포옹 등의 행위를 하는 사람을 ‘혁명의 원수’로 여겨 단속하고 이를 근절하는 취지의 영상까지 제작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