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확진자 80명으로 늘어 직원들 지하창고서 노마스크 대화…알음알음 이용 공간 방역서 빠져 집단감염 내신학원 방역 잘 지켜…하원 후 학생들 접촉 통해 번진 듯 수도권 델타변이 1주새 3배 급증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들렀던 손님 가운데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8일 확진됐다. 4일 직원 2명에 이어 나흘 만에 다른 직원 67명과 지인 6명의 감염이 확인됐는데, 이날 처음으로 손님 감염까지 확인되면서 추가 전파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방역당국은 특히 직원들이 휴게실로 이용한 165m²(약 50평) 규모의 지하창고와 탈의실 등에서 방역 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바이러스의 온상이 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 휴게공간이 방역 허점… 산발 감염 초래
이처럼 최근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집단감염은 직장 내에서도 탈의실이나 화장실, 흡연실과 같은 휴게공간에서 주로 촉발된 뒤 외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서울 구로구 콜센터 등의 집단감염이 업무공간 자체에서 일어났던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내신 학원을 중심으로 한 15명 규모의 성동구 집단감염도 ‘학원 내 감염’이 아니라 ‘수업 종료 후 감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학원 안에서는 발열 체크 등 기본 수칙은 지킨 반면, 학교별 특강이 끝나고 친한 수강생들끼리 어울리는 등 접촉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적 공간에서의 소규모 감염은 대형 집단감염보다 추적 조사도, 관리도 더 어렵다. 큰 혈관을 꿰매는 외과 수술보다 모세혈관 곳곳에 퍼진 암세포를 치료하는 게 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수도권 역학조사 역량이 환자 발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 접촉’이 절반 육박… 델타 영향 가능성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델타 변이의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의 2.4배, 영국발 ‘알파 변이’의 1.6배다. 마포구 주점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처럼 산발적 감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n차 감염’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델타 감염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이나 거리 두기가 없다면 델타 변이 확진자 1명이 평균 5명을 추가 감염시키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증상이 감기 몸살과 비슷하다는 점도 문제다. 진단 검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는 후각, 미각 손실을 겪었으나 델타 변이 감염자는 주로 기침, 콧물, 두통 증상을 겪는다”고 7일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