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이날 추모제를 소규모로 진행했다. 앞서 유족은 시민 참여 방식으로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자 가족 중심 행사로 변경했다.
강씨는 지난 7일 직접 작성한 편지를 통해 “제 남편 박원순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가족들의 마음도 안타깝지만 이번 1주기 추모행사는 가족들끼리만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면 꼭 다시 박원순을 그리워하는 분들과 함께 모여 그를 이야기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웅전 마당에는 추모제가 끝난 11시40분쯤까지 박 전 시장을 기리는 지지자들과 조계사를 방문한 시민들, 취재진 등 수십 명이 자리했다.
현장을 찾은 70대 여성 A씨는 “마음이 아파서 왔다”며 “서울시민이라면 인연은 다 있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종로구에 살기 때문에 박 전 시장을 많이 봤고, 그가 한 일들이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 눈으로 봤기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50대 남성 이모씨는 “어제 우연히 추모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보고 추모제에 오게 됐다”며 “정치적으로 박 전 시장을 찍진 않았지만, 이렇게 돌아가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행을 하던 범죄자도 미담 하나로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박 전 시장이 발휘한 좋은 영향력이 묻히면 안 될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공동행동은 “피해자는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 피해자인지 피해호소인인지 논해보라던 언론사 신입사원 채용 논술시험,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유포 등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며 “1년 전 피해자가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권력형 성범죄에 맞선 것처럼, 오늘 우리는 새로운 1년을 시작하며 또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