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델타 변이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에서는 그간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해 백신접종에도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델타 변이로 인한 4차 유행이 우려되면서 기존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의료, 요양 분야 등 대면 접촉이 많은 직군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아리스토텔리아 펠로니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직업군과 접종 거부 시 벌금 등은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출입 인원을 제한하는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그리스의 백신 접종 의무화 추진은 델타 변이가 확산되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은 낮은 상황에서 비롯됐다. 그리스 보건당국 집계결과 전체 성인 인구의 38%만이 1차 접종을 마쳐 ‘9월까지 70% 접종’이란 정부 목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달 말 200~300명에 그쳤든 일일 신규확진자는 이달 6일 2181명까지 치솟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백신 접종을 장려해도 소용이 없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달 17일부터 모스크바 등 10여개 지역에서 식당, 서비스, 교육, 교통, 의료 등 대면 접촉이 많은 공공서비스 분야 업무자들에게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 중이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0만 루블(15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면서 위조 백신 증명서까지 온라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소국인 바티칸시국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간병 인력에 대한 백신 의무화 법안을 4월 통과시켰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