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라운딩이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오늘 아침에만 수십 건이 왔어요.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니까요.”
9일 강원도의 한 골프장 예약 담당자는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문의 전화에 하루종일 ‘숨돌릴 시간도 없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부분 ‘오후 6시를 넘겨도 4명이 계속 칠 수 있는지’ ‘6시 이후에도 식사가 가능한지’ 등을 묻는 전화였다. 이 관계자는 “야간 라운딩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받지 않아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 수도권 ‘예약 취소’, 비수도권 ‘예약 러시’
방역당국은 이날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인원이 ‘2명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숙박업소, 골프장 등엔 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강릉의 야외수영장을 갖춘 한 펜션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많았는데 갑자기 서울·경기지역에서 예약하겠다는 고객이 몰리고 있다”며 “다음 주 이후 예약은 80% 이상 찬 상태”라고 귀띔했다.
반대로 수도권에 있는 식당이나 숙박시설 등에는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술집을 하는 박모 씨(52)는 “오늘(9일)만 예약 취소 전화를 10통은 돌린 것 같다. 12일 이후 3명 이상 단체 예약은 전부 취소 안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광주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되는 이달 25일까지 야간 라운딩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기존 예약자 분들이 공지를 보고 취소 문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 “수도권 손님 반갑다” vs “확진자 나올까 두렵다”
손님이 비수도권에 몰리면서 자영업자들은 반색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식당 주인은 “1년 장사를 잘했고 못했고는 여름철에 승부가 난다. 우리로선 수도권에서 오는 손님을 환영할 수 밖에 없다.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반겼다.
그렇다고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혹시나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자영업자도 있다. 광안리 한 횟집 관계자는 “장사가 잘되는 건 좋지만 그만큼 감염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서면의 한 술집 사장도 “(부산에)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장사가 조금 잘 되고 있었는데, 근처 유흥주점에 서울 확진자가 다녀가 손님이 다시 줄었다. 장사하는 입장에선 모든 걸 운에 맡겨야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