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소/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지음·황선영 옮김/432쪽·1만7000원·더난출판사
‘신성한 소’의 저자들은 고기가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육식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관습이라는 편견을 반박한다. 육식과 채식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생산 방식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목인 ‘신성한 소’는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 관습, 제도를 말한다. 저자들은 고기가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육식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관습이라는 편견이 ‘신성한 소’라며 이에 대해 반박한다.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해 육식이 필요하다는 것. 영양사인 다이애나 로저스, 전직 생화학자인 롭 울프는 영양과 환경, 윤리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질 좋은 고기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우선 채식을 통해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물성 식품은 사람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는 콩은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날것으로 먹으면 문제가 생기거나 인지력 감퇴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식물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영양소가 인간이 영양소를 흡수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채식 식단을 제대로 설계할 수 없다면 동물성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게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육식보다 채식이 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작물을 기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강물의 흐름을 바꾸는 건 물고기를 죽인다. 식물성 기름인 야자유가 인기를 얻자 야자유 생산을 위한 땅을 마련하느라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야자유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임금을 아주 적게 받거나 아예 못 받는다. 인간의 행동으로 생명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건 죽음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인간과 지구의 건강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건 산업적으로 대량생산된 식품”이라고 말한다. 대규모 생산을 위해 농약을 사용해 자연의 순환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채식주의에 반대하는 논리로 이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이 하려는 말은 육식과 채식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는 식량 생산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구조를 마련하려면 소가 필수적이다. 정확하게는 방목한 소다. 즉, 자연의 순환에 맞춘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식습관이 동식물을 포함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빠져들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