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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채식은 옳고, 육식은 그르다?

입력 | 2021-07-10 03:00:00

◇신성한 소/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지음·황선영 옮김/432쪽·1만7000원·더난출판사




‘신성한 소’의 저자들은 고기가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육식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관습이라는 편견을 반박한다. 육식과 채식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생산 방식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달궈진 불판 위에 마블링이 잘된 소고기 한 점을 올려놓는다.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는 코를 자극한다. 지글지글 소리는 덤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소고기가 식탁에 오르려면 소를 도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소는 고통을 겪는다. 소가 내뿜는 메탄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를 알게 된 이들은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실제 주변에서 채식만 하는 삶을 선택하거나 육식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제목인 ‘신성한 소’는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 관습, 제도를 말한다. 저자들은 고기가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육식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관습이라는 편견이 ‘신성한 소’라며 이에 대해 반박한다.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해 육식이 필요하다는 것. 영양사인 다이애나 로저스, 전직 생화학자인 롭 울프는 영양과 환경, 윤리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질 좋은 고기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우선 채식을 통해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물성 식품은 사람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는 콩은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날것으로 먹으면 문제가 생기거나 인지력 감퇴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식물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영양소가 인간이 영양소를 흡수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채식 식단을 제대로 설계할 수 없다면 동물성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게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소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0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이 내뿜는 가스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며, 이는 운송 부문을 넘어선 규모였다. 하지만 저자들은 해당 수치가 잘못됐고 연구진도 이를 인정했다고 밝힌다. 게다가 사육장에서 키우지 않고 목초지를 옮겨 다니며 소를 키워 토양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경우 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소의 배설물이 토양의 수분 함량과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고, 그 결과 뿌리를 깊이 내린 식물이 더 많은 탄소를 땅 밑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풀을 먹은 소가 떠나면 풀이 다시 자라며 뿌리가 역시 깊어진다. 환경 문제를 유발하는 건 소 자체가 아니라 소를 관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육식보다 채식이 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작물을 기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강물의 흐름을 바꾸는 건 물고기를 죽인다. 식물성 기름인 야자유가 인기를 얻자 야자유 생산을 위한 땅을 마련하느라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야자유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임금을 아주 적게 받거나 아예 못 받는다. 인간의 행동으로 생명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건 죽음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인간과 지구의 건강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건 산업적으로 대량생산된 식품”이라고 말한다. 대규모 생산을 위해 농약을 사용해 자연의 순환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채식주의에 반대하는 논리로 이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이 하려는 말은 육식과 채식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는 식량 생산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구조를 마련하려면 소가 필수적이다. 정확하게는 방목한 소다. 즉, 자연의 순환에 맞춘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식습관이 동식물을 포함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빠져들 만한 책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