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이후 사기 피해자들 만나… “차 없이 걸어다닐 정도로 빈곤” 피해 변제 미루면서 호화생활… 또 100억 사기행각 벌이다 구속 피해자 “돈 안 갚았는데 특사라니”, 법조계 “사기범 특사 매우 이례적”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43·수감 중)는 2017년 12월 수감 도중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차도 없이 걸어 다닐 정도로 빈곤하다”며 피해 변제를 하지 않은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대 법대를 중퇴한 김 씨는 2008∼2009년 자신을 ‘법률사무소 사무장’이라고 소개하고 “법원 파산신청 전문가다. 파산 선고를 받아주겠다”며 36명으로부터 약 1억6000만 원을 뜯어냈다. 김 씨는 신고를 하겠다는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위조 어음을 건네고 이를 무마하려 하기도 했다. 수사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김 씨는 2015년 검거됐다.
김 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들은 피해자 A 씨가 김 씨를 찾아가자 김 씨는 “합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A 씨는 “1억 원 상당의 피해를 당했지만 7년이 흘렀을 때라 조금이라도 돈을 돌려받고 싶은 마음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합의 후 자신을 김 씨의 작은아버지라고 밝힌 중년 남성이 찾아와 900만 원을 A 씨에게 건넸다. 김 씨의 동거녀와 동거녀의 어머니도 나머지 금액에 대한 피해 회복을 약속하고 연대보증을 섰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2017년 12월 3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민생범죄 대상 특별사면 대상에 김 씨가 포함된 것은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표적인 재산범죄인 사기범을 민생범죄로 보고 특별사면 대상에 넣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더군다나 김 씨는 피해자에 대한 변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다고 해도 가석방 정도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씨가 출소 이후 또 사기를 저지르는 과정에 있어 특별사면이 도움이 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형 집행률이 81%가 되기 때문에 사면 기준에 부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