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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경제계-노동계 모두 반발… 使 “책임자 범위 모호” 勞 “과로사 질환 왜 뺐나”

입력 | 2021-07-10 03:00:00

정부, 시행령 제정안 발표




어린이집과 백화점 놀이공원 같은 시설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다. 특정 직업군에서 발생한 B형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열사병 등도 중대재해 질환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9일 발표했다. 제정안은 12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상의 문제로 발생한 사망, 부상, 질병을 중대재해로 보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는 사업장 종사자 대상의 중대산업재해와 일반시민 대상의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이번 시행령에는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될 구체적인 공중이용시설이 명시됐다. 지하철 역사, 공항터미널, 병원, 노인요양시설, 어린이집, 백화점, 장례식장 등이다. 해당 시설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 관리를 할 적정 인력도 배치해야 한다. 구체적인 인원 기준은 차후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해질 계획이다.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될 직업성 질병 24개도 발표됐다. 납이나 수은 같은 화학물질 노출로 겪는 호흡 곤란과 고열 등 급성 중독이 다수다. 보건의료 종사자가 겪는 B형 간염,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일할 때 나타나는 열사병도 포함됐다. 그러나 노동계에서 주장한 근골격계질환과 과로사를 유발할 수 있는 심혈관계질환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사업주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매년 2000여 명이 죽고 10만여 명이 다치거나 병드는 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진폐, 난청, 뇌·심혈관계질환 등이 제외된 해당 시행령은 사실상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 처벌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실제 준수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을 내고 “많은 부분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입법 예고 기간에 산업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한 후 반영해 현장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한건설협회도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구체화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선의의 피해자나 범법자를 양산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