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손예진이 왜 거기서 나와…” 골프계 큰손 MZ세대 ‘골린이’

입력 | 2021-07-10 11:25:00




배우 손예진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유튜브 채널 ‘임진한클라스’의 동영상 화면. [유튜브 채널 캡처]



기성세대의 고급 취미로 여겨지던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골린이’(골프+어린이)가 급증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0’은 2030세대 골프 인구가 올해 115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전체 골프 인구 대비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52주 신고가 기록을 쓴 스크린골프 전문기업 골프존의 이용객 분석에 따르면 골프 경력이 3년 이하인 ‘골린이’ 가운데 20, 30대 비중이 65%에 달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대신 야외에서 사진 찍으며 기분을 내고 운동도 하는 골린이가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스크린골프 활성화로 접근성이 좋아지고, 매번 달라지는 운동 스타일 또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골프용품, 골프웨어 관련 업계도 ‘영 골퍼’ 잡기에 혈안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분야는 골프웨어. 골프웨어 열풍은 2019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를 관통한 ‘플렉스’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 푸른 잔디 위에서 세련된 골프복을 입은 채 몸매를 과시하는 사진은 지인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한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트렌드에 합세했다는 자부심도 누릴 수 있다.

남편과 함께 일주일에 두 번 골프 레슨을 받는 30대 직장인 김채은 씨는 요즘 SNS에서 골프웨어 코디를 둘러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씨는 “골프에 빠진 한 여성 부장이 라운딩을 가는 게 꼭 여행 같다고 하더라. 직접 나가보니 발랄한 차림새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았다”며 “다음에는 카트 전용 미니백과 힙색, 요즘 유행하는 골프 가운까지 다 갖춰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엔드 vs 디자이너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파리게이츠(왼쪽)와 PXG. [사진 제공 · 파리게이츠, PXG]



현재 골프웨어 시장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실속파를 위한 디자이너 브랜드로 양분돼 있다.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장은 ‘타이틀리스트’ ‘파리게이츠’ ‘PXG’ 등 고가 골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신세계백화점은 1월부터 6월 20일까지 골프웨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2% 증가했다. 특히 20대(64.5%)와 30대(66.5%) 고객 매출 신장률이 월등히 높다.

온라인 시장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골프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피브비’ ‘클로브’ ‘르쏘넷’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SNS 셀럽들의 피드에서 자주 눈에 띄며 인기몰이 중이다. 기능성을 강조한 기존 골프웨어와 달리 평상시에 입어도 손색없는 스타일리시함이 특징이다.

최근 1년여 사이 ‘플렉스골프’ ‘포썸골프’ 등 골프웨어 대여업체도 등장했다. 매번 같은 옷을 입고 나갈 수 없고, 그렇다고 비싼 옷을 여러 벌 구입하기도 부담스러운 점에 주목한 것. 3월 론칭한 여성 전용 렌털 플랫폼 ‘더페어골프’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소비자가의 10% 금액에 빌릴 수 있다. 임종호 더페어골프 팀장은 “할인 폭이 더 큰 멤버십 이용자가 1회 렌털보다 많다”며 “회원 평균 연령은 34.5세로 20대 초반에서 60대까지 이용한다. 남성복도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뷰티 시장으로도 골프 열풍이 번지고 있다. 야외 활동 후 사용하는 자외선·기미 차단 등 기능성 부분 마스크팩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올리브영’은 부분 마스크팩 카테고리를 매장에 신설하고 취급 품목 수를 올해만 30% 늘렸다. 화장품 브랜드 AHC는 6월 박세리 골프 감독과 협업한 선 케어 라인 ‘마스터즈 선’을 출시했다.




비용 부담에 ‘저렴이’ 나인 홀 인기


개인별 골프채를 맞춤 제작해주는 피팅숍이나 스윙 분석과 시타가 가능한 프리미엄 골프숍이 인기다. 사진은 최근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티노5. [티노5 홈페이지 캡처]




골프 생활이 늘어날수록 장비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마련이다. 개인별 골프채를 맞춤 제작해주는 피팅숍이나 스윙 분석과 시타가 가능한 프리미엄 골프숍이 인기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피팅 서비스는 시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곳도 많다. 온라인 골프용품 전문 종합몰도 호황을 누린다. 할인 행사 때마다 품절 행렬이 이어진다.

신용카드사들도 골린이 잡기에 나섰다. 골프 전용 신용카드를 앞다퉈 출시하는 것. 골프 관련 가맹점 이용금액의 일정 %를 포인트로 적립해주거나, 전월 실적 충족 시 골프 관련 업종에 한해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다.

카드사들도 골린이를 겨냥해 골프 전용 신용카드, 체크카드를 발행했다. KB국민카드 그린재킷 체크카드(왼쪽)와 우리카드 홀인원카드. [사진 제공 ·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직장인 홍대선(39) 씨는 “과거에는 축구나 배구를 좋아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안전한 운동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골프에 입문했다”며 “운동을 여러 개 해봤는데, 골프만큼 정보력이 필요한 운동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장비의 섬세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골프를 시작한 지 3개월가량 된 홍씨는 최근 ‘국민 아이언’으로 불리는 ‘브리지스톤 V300’ 세트를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동호회에서 운영하는 실내 연습장을 회원가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홍씨처럼 더 좋은 장비와 저렴한 연습장을 찾아나선 골린이에게 SNS는 정보의 바다다. 프로골퍼들의 유튜브 채널뿐 아니라 김구라, 홍인규 등 유명인이 운영하는 골프 채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 유튜브 골프 채널인 ‘임진한클라스’에는 최근 배우 손예진이 출연해 영상 업로드 일주일 만에 조회수 83만 회를 기록했다.

골프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비용이다. 시작은 했지만 꾸준히 골프 라이프를 이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도 적잖다. 비싼 골프 용품은 물론이고, 라운딩 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만 해도 주말 기준 20만~3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캐디피와 카트 대여료, 식사비 등을 합치면 라운딩 한 번에 최소 30만 원 이상 든다. 비용을 좀 아끼고자 캐디가 없는 나인 홀을 즐겨 찾는 골린이도 많다.

골프웨어 브랜드 타이틀리스트. [사진 제공 · 타이틀리스트]



지난해 처음 필드에 나갔다는 직장인 최모(42) 씨는 “서울 근교는 거의 회원제라 강원, 충청까지 가야 해 차 기름 값이 꽤 든다”며 “주중에는 반값인 곳도 있지만, 휴가 내기가 눈치 보여 생각만큼 자주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천범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골프 인구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운동이긴 하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에 따라 골프 열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7호에 실렸습니다]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