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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잃은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우린 늘 지쳐 있다”

입력 | 2021-07-10 15:08:00

청소노동자, 지난달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
"부당한 대우나 처우에 대해 늘 따져봤다"
"담당 기숙사 노후화…일 제일 많이 담당"




“언니는 늘 성실 그 자체였어요. 청소를 담당한 925동에 일이 많았는데 많이 힘드셨지요. 언니는 늘 환경 개선, 정의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말해왔어요.”

최근 학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50대 여성 A씨의 동료 직원들은 A씨를 평소 외향적이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생전 근로계약서를 면밀히 보면서 부당한 처우를 따져보는 등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A씨는 청소노동자들 중 가장 많은 일을 담당했고, 이에 대한 피로감을 자주 호소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뉴시스가 A씨 사망 이후 동료 청소노동자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살펴본 결과, 이들 모두 A씨를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동료 직원들은 A씨가 평소 가장 많은 일을 담당했고 이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다고 입을 모았다.

동료 직원 B씨는 “언니는 KS인증마크 그 자체였다. 성실했다”며 “부당한 대우나 처우에 대해 늘 꼼꼼히 따져봤고 근로계약서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B씨는 “언니가 담당한 925동의 업무가 제일 많았고 처음 입사부터 지금까지 1년6개월이 지났는데 갈수록 일이 많이 힘들다고 했다”며 “늘 안쓰러워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저도 늘 지쳐 있어서 돕지 못해 안타깝다”고 적었다.

이어 “건물이 노후화되고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을 것”이라며 “언니와 같은 방을 사용했는데 매번 개선을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끔은 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동료 직원들은 A씨가 기숙사의 노후화로 인한 샤워실 내 곰팡이 제거 작업, 화장실 청소, 배달음식 쓰레기 처리, 대용량 쓰레기봉투 나르기 등을 가장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다른 동료 직원 C씨는 “A씨는 평소 성실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외향적이긴 하지만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꼭 해야 하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편이었다”고 했다.

C씨는 “담당한 기숙사에 손이 가는 부분이 많아서 평소 힘들어했고, 동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샤워장 곰팡이 청소가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제초 작업 등 외곽 근무도 해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다른 남성 동료 직원 D씨는 “제가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직원들 말로는 A씨 업무 강도가 다른 동에 비해서 센 편이라고 들었다”며 “복도와 샤워시설 모두 노후화돼서 청소하기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 사망 이후 A씨를 비롯한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측으로부터 과도한 업무 지시 및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 남편과 노조 등은 서울대 측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대 측은 총장 직권으로 A씨의 죽음이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와 관련이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갑질 의혹을 받는 관리팀장은 기존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