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5000여 명 추모 발길 이어져 일부 시민은 “진상규명 촉구” 동구청은 유족-부상자 의료지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9일 광주 동구청 광장에 설치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조문객 안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 동구 학동 붕괴 참사 합동분향소가 사고 발생 34일 만인 12일 철거된다.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시민들은 조의록(弔意錄)에 안타까움과 분노,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바라는 글을 남겼다.
학동참사 유족 등은 12일 오전 9시 광주 동구청 광장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식을 개최한다. 분향식을 마친 뒤 학동 붕괴 참사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족은 11일 “가족을 잃은 아픔은 여전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분향소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는 참사 발생 다음 날 설치됐다. 철거를 하루 앞둔 11일 오전 10시까지 합동분향소에는 시민 5746명이 찾았다. 이들 가운데 1000여 명은 조의록 20여 권에 학동 참사에 대한 심경을 적었다.
상당수 시민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일부 시민은 황망한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동구 산수동에 사는 한 주민은 조의록에 “언젠가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그것은 ‘나’였고 ‘너’였고 ‘우리’였습니다. 유가족에게는 참담한 마음으로 위로를 전합니다”라고 적었다.
익명의 시민은 “저도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광주 시민 누구라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썼다. 시민 장모 씨는 “사고 당시 많이 무서우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슬프고 참담한 심정입니다”라고 했다.
유가족도 희생자에 대한 그리움을 조의록에 꼭꼭 눌러 썼다. 광주 고등학교 학생의회 학생들, (사)오월어머니집 회원들도 글을 남겼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충남 태안군 주민 등 전국에서도 애도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 동구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676명은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날부터 끝까지 분향소를 지켰다. 동구 공무원들은 유족과 부상자를 일대일로 전담해 의료 지원을 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부모 손을 잡고 온 다섯 살배기 어린이부터 백발노인까지 시민이 하나가 돼 애도했다”며 “시민들의 당부를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