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100만 이상 업체’ 안보 심사, 사실상 모든 인터넷 기업에 허가제 ‘위챗’ 텐센트는 계열사간 합병 막아… 합병추진 계열사 모두 美상장기업 당국 “디디추싱의 행태, 양봉음위”… 25개 앱 다운 금지하며 추가 제재 美상장 기업들에 ‘중국 회귀’ 압박
중국 정부 당국의 반대에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사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회원 신규모집 금지 등 디디추싱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잇달아 가한 중국 당국이 이번엔 회원 수 100만 명 이상인 자국의 모든 인터넷 기업에 대해 해외증시 상장 시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해외증시 상장 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또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서비스 기업인 텐센트의 계열사 간 합병도 불허했다. 합병하려는 두 계열사가 모두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회원 10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해외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당국의 사이버안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안보심사규정 개정안을 10일 공개했다. 인구 14억 명인 중국에서 회원 수 100만 명은 많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해외에 상장했거나 이를 검토할 만한 기업은 대부분 회원 수가 1억 명을 넘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6억,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디디추싱은 5억, 최근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앱 핀둬둬는 4억, 소셜커머스 앱 샤오훙수는 3억 명가량의 회원을 두고 있다. 당국이 ‘회원 100만 명’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사실상 해외 상장을 시도할 만한 기업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CAC가 개정안에서 특정 국가의 증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외 상장을 시도한 중국 기업 대다수가 미국을 택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미국 증시 상장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국 기업들을 향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증시 커촹반이나 홍콩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라는 것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중국의 양대 게임방송 플랫폼인 후야와 더우위의 기업결합을 금지했다. 후야와 더우위의 최대 주주인 텐센트가 지난해 8월 두 업체 간 합병 계획을 공식화하고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한 지 11개월 만이다. 시장감독총국은 텐센트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40%를 차지한 가운데 게임방송 시장점유율이 각각 40%와 30%에 이르는 후야와 더우위까지 합병하면 텐센트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야와 더우위는 모두 미국 증시에 상장한 회사이다. CAC가 디디추싱에 이어 5일 규제 타깃으로 삼았던 세 곳도 모두 미국 증시 상장 회사였다.
중국은 반독점을 내세워 지난해 가을부터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여러 기업의 인수합병(M&A) 사례들에 대해 사후에 벌금을 부과해 왔다. 이번처럼 시장의 주목을 받는 대형 합병 거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