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100주년 사업 특별위원장 겸 CBS 이사장 맡은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 “연합단체 둘러싼 교단 정치 없애려면 후임에 물려주는 ‘계주 리더십’ 필요” 2002년 국내 첫 ‘레포츠’ 교회 표방, 2019년 공연장 등으로 리모델링 주민들에게 필요한 문화공간 제공
경기 안산시 꿈의교회 키즈플레이존의 공룡 모형에서 포즈를 취한 김학중 목사. 최근 ‘젊은 할아버지’가 된 그는 “아이와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할 곳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7일 경기 안산시 꿈의교회 키즈플레이존에 들어선 김학중 목사(56)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곳은 약 331m²(약 100평) 규모로 교회를 찾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바깥의 카페와 500석 규모의 공연장, 시네마존, 세미나실과 소그룹 모임 공간 등이 모여 지하 1층, 지상 3층의 ‘드림키즈빌리지’를 이룬다. 큰 예배당이 있는 본관 1층의 더갤러리는 도심 속 작은 미술관이다.
꿈의교회 담임목사인 그는 CBS 이사장과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무겁고 긴 직함과 달리 밝은 모습의 그는 최근 미국에서 활동하는 며느리 한서혜 씨(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출산으로 ‘젊은 할아버지’가 됐다.
―2002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레포츠 교회’를 표방했다.
―드림키즈빌리지는 어떤 취지인가.
“무엇보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다. 비슷비슷한 또 하나의 교회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교회가 되자는 게 우리 교회의 모토다. 공연과 미술 등 아직 접근하기에 벽이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안산 30년살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교회 초창기 3 대 3 길거리 농구대회를 준비하면서 최고 인기 팀이었던 연세대 최희암 감독에게 도와달라는 손편지를 썼다. 봉고차 2대에서 서장훈 문경은 우지원 등 2m 안팎의 선수들이 내리는데 정말 가슴이 벅찼다. 선수들이 시범 경기도 하고 아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줬다. 대회 뒤 거리에서 마주친 청소년들이 얼른 담배를 뒤로 숨기고 꾸벅 인사를 하더라. 교회는 안 나오지만, 친구가 되어준 젊은 목사에게 예의를 지킨 것이다. 그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복음이고,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준비위원들은 공정성을 위해 심사에서 빠진다. 좀 더 많은 분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00주년이라고 성과 위주로 자화자찬하는 것 아닌가.
“잘한 것이 있어도 반성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 이전에는 ‘명품’이었는데 지금 촌스러워졌다면 하나님 뜻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우리만의 잔치가 아니라 세상에 다가갈 수 있는 상징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NCCK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30년 목회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영적인 슬럼프, 번아웃(탈진) 같은 게 10년 주기로 왔다. 더 이상 새롭게 일할 수 없는 것 같아 조기 은퇴도 고민했다. 교회와 관련한 건축을 12번이나 했으니 일중독자의 후유증일 수도 있다.”
―영적인 슬럼프 같은 말을 꺼내도 되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하나님이 주신 파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럴 때 일을 많이 내려놓았다. 그러면 산불 뒤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처럼 회복이 됐다. 완벽주의자 스타일인데 이제 지켜볼 수 있어 교계와 교단 일을 할 여력이 생긴 것 같다.”
―교단과 연합단체를 둘러싼 ‘교단 정치’의 문제점도 많다.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릴레이하는 계주 선수처럼 자신의 구간을 최선을 다해 뛰고, 다음 주자에게 물려주는 게 올바른 리더십이다.”
―목회자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엔터테인먼트를 택했다면 이수만 씨(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긴장해야 했을 것이다(웃음).”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무엇인가.
“마태복음 제28장 20절 중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는 구절이다. 예수님이 승천 직전 제자들에게 했던 말씀이다. 힘들 때 용기를 주는 금과 같은 말씀이다.”
안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