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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억만장자 브랜슨 회장, 첫 우주관광 시범비행 성공

입력 | 2021-07-12 01:21:00


민간인 우주여행의 문이 열렸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71)이 탑승한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가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로써 브랜슨 회장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우주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개인 비행선으로 우주여행을 떠난 첫 기업인이 됐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총 6명을 태운 버진그룹 버진 갤럭틱의 VSS 유니티는 한국시간으로 밤 11시 30분경(현지 시간 오전 8시 30분) 미국 뉴멕시코주 우주공항에서 하늘로 치솟았다.

버진 갤럭틱은 이륙부터 착륙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약 75분의 여정이었다. 우주여행에는 데이브 맥케이 우주 선장(64), 시기샤 벤들라 인도계 비행 연구장 등 5명이 동행했다.

유니티는 대형 모선(母船)인 ‘VMS 이브’에 매달려 지구 상공 13km까지 올라갔다. 모선 이름 ‘이브’는 전직 승무원이었던 모친의 이름을 따 지었다. 모친은 당초 아들의 우주비행선 첫 탑승객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이륙 약 40분 뒤 유니티는 고도 13km 지점에서 거대 화염을 뿜어내며 로켓 엔진을 점화했다. 이후 모선에서 분리된 유니티는 빠른 속도로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며 지구 가장자리인 상공 88km에 이르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비행선의 속도가 음파 속도의 3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생중계 영상에는 브랜슨 회장을 비롯한 탑승객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무중력 체험 후 한껏 들뜬 브랜슨 회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생애 최고의 경험이다. 이 아름다운 우주비행선을 개발하고 우리가 멀리까지 오도록 열심히 일해준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무사히 지구 땅을 밟은 브랜슨 회장은 마중 나온 가족들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브랜슨 회장은 2004년 1억 달러(약 1149억 원)를 들여 우주여행 사업을 위한 버진갤럭틱을 설립했다. 17년 동안 수십 번의 비행과 세 번의 유인 시험비행을 거쳤다. 오늘날 우주관광의 선구자가 되기까지 좌절의 순간들도 있었다. 2014년에는 버진 갤럭틱스가 개발한 ‘VSS 엔터프라이즈’가 시험비행 중 폭발해 추락하면서 우주선에 타고 있던 39세 미국인 조종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22일 조종사 2명을 태운 유니티가 고도 89km까지 올라갔다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계기로 미 연방항공국(FAA) 사업자면허 허가 절차에도 속도를 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장에 25만 달러에 달하는 버진 갤럭틱 우주여행 티켓은 5년 전 600~700명의 예약자를 받고 이미 마감했으며 예약자 중에는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베이조스는 9일 뒤인 20일 동생 마크와 자신이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세퍼드’를 타고 우주여행을 떠난다. 브랜슨 회장은 베이조스의 비행 소식 직후 우주여행 일정을 앞당겨 선구자가 되기 위한 승부욕이 발동됐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본인은 그저 우연의 일치였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머스크는 우주비행 일정을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과거 ‘화성에서 죽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우주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브랜슨 회장이 (우주여행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IT계 부호인 머스크와 베이조스보다 상대적으로 재산이 적은 그가 민간 유인 우주비행의 시작을 끊었다”면서 ‘용감한 자는 오래 살지 못하지만 조심스러운 사람은 그 어떤 삶도 살지 못한다’는 모험가다운 브래슨 회장의 좌우명을 소개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마는 그의 ‘독한 기질’을 조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