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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日의 ‘세계유산 군함도’ 왜곡에 “강한 유감”

입력 | 2021-07-12 20:36:00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일본,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우리 정부 “국제기구 문안에 ‘강한 유감’ 표현 아주 이례적”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군함도(端島·하시마) 탄광 등 근대산업시설에서 조선인들을 강제노역 시킨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관람객들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은 해당 시설에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전시가 없다면서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기구의 문안에 ‘강한 유감’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그동안 일본이 ‘충실히 약속을 지켰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국제사회가 명시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앞서 2015년 7월 군함도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각 시설에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일본은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노역 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역사관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겠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가 징용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없다며 반대 여론전을 펼치자 일본이 등재 무산을 막기 위해 타협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이 같은 내용 대신 강제징용 된 사람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강조하는 유물들이 전시됐다. 당시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고 유감을 표명했으나 일본 측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군함도 등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은 낮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산 자체의 본질적 특수성이 완전히 훼손된 경우가 아니라면 취소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번 결정문을 통해 일본이 강제노동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 됐으므로 일본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이 당국자는 “강력한 결정문이 나온 만큼 일본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유네스코 사무국과도 대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정문은 16일부터 화상으로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에 상정돼 22~23일 경 채택될 전망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