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공장들이 셧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생산기지를 특정 국가나 지역에 편중시키는 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글로벌가치사슬(GVC)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베트남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 글로벌 공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평가받는 이유는 △지리적 이점 △인건비가 저렴하면서 주변국보다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노동인구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때문이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반도 동쪽 끝에 위치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고 동북아와 동남아가 접하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육로와 해양 모두에서 물자를 원활히 운송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섬 국가나 내륙 안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이다. 북쪽으로는 중국과 육로로 연결된다는 강점도 있다.
FTA 네트워크도 강점이다. 베트남은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 영국과 연이어 FTA를 추진해 현재 53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 아세안에서 EU와 FTA를 체결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베트남뿐이다. 유럽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FTA 효과를 고려해 베트남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가입 가능성도 커졌다. 글로벌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아세안-중국 FTA,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으로 수출되는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철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베트남은 글로벌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그러나 기술이 낙후돼 아직은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증권시장에서 GVC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부품 생산·공급 업체는 많지 않다. 그 대신 산업단지 개발과 운송업체에 주목하길 추천한다. 토지 이용권, 부동산 및 인프라 관련 인허가, 법적 규제 등에서 현지 업체가 외국 기업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