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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국대센터 양효진 “신혼생활은 올림픽 후에”

입력 | 2021-07-13 03:00:00

[도쿄올림픽 D―10]4월 결혼했지만 伊 VNL출전 등 올림픽 앞두고 준비 일정 빠듯
국내 체류중엔 합숙훈련 소화… 5월의 신부 표승주와 서로 격려
소속팀 감독도 출국때 잠깐 만나
“일본-도미니카 등 어려운 상대에 철저하게 준비하려 쉴 틈도 없죠”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새 신부 센터 양효진은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위 사진은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에 출전한 모습. 아래 사진은 양효진의 웨딩화보. 사진 출처 FIVB 홈페이지·현대건설 제공


‘4월의 신부’ 여자배구 대표 양효진(32·센터)은 신혼의 단꿈을 잠시 뒤로 미뤄야 했다. 올 4월 18일 결혼식을 올린 뒤 5일 만인 23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야 했기 때문이다.

5, 6월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 양효진은 귀국 직후 일주일의 자가 격리 뒤 경남 하동군에서 코호트(동일집단격리) 훈련을 소화하다가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왔다. 4월 입촌 뒤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는 양효진은 최근 전화 통화에서 “아직 신혼살림을 합치지도 못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천천히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5월 1일 결혼식을 올린 새 신부 대표선수 표승주(29·레프트)와 서로를 격려해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심지어 소속팀(현대건설)의 강성형 신임 감독과도 VNL 출국길에 단 한 번 얼굴을 마주했다고 한다.

인생의 중대사를 치르고도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건 2020 도쿄 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프로 1년차 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탈락) 대표팀에 합류한 뒤 줄곧 태극마크를 달아 온 양효진은 2012년 런던(4강),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8강)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배구여제 김연경(33), 양효진 등 대표팀 고참들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양효진은 “첫 번째 올림픽이 설렘이었다면 두 번째는 오히려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의 리허설 격인 VNL의 부진한 성적은 쓴 약이 되고 있다. 한국은 3승 12패로 전체 16개 팀 중 15위를 했다. 올림픽 본선 A조에서 순위 싸움을 해야 하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에 모두 0-3으로 패한 게 뼈아팠다. 양효진은 “일본은 세터를 비롯해 주전 선수들이 많이 바뀌면서 강점인 기본기에 플레이가 더 빨라졌다. 도미니카공화국도 높이, 파워가 다 좋았다. 쉬운 상대가 하나도 없는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원 공격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배구 흐름에서 양효진이 맡고 있는 센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최종 엔트리 12명 가운데 센터를 3명 뽑는 대부분의 팀들과 달리 4명으로 로스터를 구성했다. V리그에서 11시즌 연속 블로킹 퀸을 차지했던 양효진은 “공격력이 강해질수록 블로킹의 역할도 더 중요하다. 블로킹 높이, 시스템 면에서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대회 때 주로 김연경의 룸메이트를 해왔던 양효진은 이번만큼은 그 역할을 다른 후배에게 맡길 예정이다. VNL 때도 양효진은 센터 박은진(22), 김연경은 레프트 표승주와 방을 썼다. 룸메이트는 아니지만 양효진은 김연경이 코트 안팎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후배다. 양효진은 “여자배구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선수들끼리 자주 한다. 대표팀에 애틋함이 큰 만큼 좋은 성적을 함께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25일 브라질과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