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독재 체제인 북한과 중국에서는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이 국가 전체를 영도하며, 당의 뜻에 반하는 행위는 엄벌에 처해진다. 북한에선 2013년 발표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반당적 요소와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현상을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중국공산당 규약에도 “양봉음위하는 양면주의적 행위와 모든 음모술책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서는 좋은 무기를 손에 쥔 셈이다.
▷시 주석은 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 양봉음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2014년 공산당 회의에서 “일부 간부들이 양봉음위, 당 중앙을 모함하는 행위 등을 일삼고 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경고했고 이는 현실화됐다. 2014년에는 중국 사법·공안 분야의 1인자였던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2017년에는 ‘포스트 시진핑’으로 거론되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 같은 당 고위 인사들이 양봉음위를 했다는 이유로 숙청됐다.
▷전제군주나 휘둘렀을 법한 양봉음위라는 개념이 ‘김씨 왕조’ 북한에서 작동하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21세기 주요 2개국(G2)인 중국에서, 그것도 당이나 국가기관이 아닌 기업에까지 적용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시 주석이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의법치국(依法治國)과도 배치된다. 시 주석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생각이 아니라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업이나 사람을 ‘괘씸죄’로 손보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