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6G 상용화 본격 준비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6G 경쟁이 다소 어리둥절할 수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된 지 이제 겨우 2년이다. 서비스 품질 논란은 이어지고 있고, 5G 도입 후 당장이라도 도입될 것 같았던 스마트팩토리나 자율주행 등 5G 기반 신기술도 여전히 테스트 중이다. 제대로 된 5G부터 구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5G도 R&D부터 상용화까지 10년이 걸렸던 만큼, 6G도 이제부터 준비해야 간신히 2030년을 맞출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 통신 시장 패권을 노리는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시작이 늦었다는 반응도 있다.
○ 6G 기술 표준, 깃발 먼저 꽂아라
다만 현재 언급되는 6G의 기준은 확정된 게 아니다. 물론 6G가 5G와 차별화되려면 이 정도 격차는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와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내놓은 ‘6G 백서’를 비롯해 중국전자정보산업개발연구소(CCID)의 ‘6G 개념 및 비전 백서’ 등에서도 비슷한 기술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한국 등 193개 회원국이 가입한 국제 전파통신 규약 의결기구 ‘ITU-R’(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가 6G 비전을 완성하는 2023년 상반기(1∼6월)가 6G 기술 표준을 정하는 첫 단계다. 이어 6G 통신 규격 개발, 표준 평가, 6G 국제 표준 확정 등 2030년 상용화 예상 시점까지 장기전이 예고돼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국가나 기관별로 입장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 ‘기술 냉전’ 벌이는 미중
미국은 5G에서는 중국에 뒤졌지만 6G에서만큼은 다시 주도권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6G 투자를 언급했으며, 이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을 견제하고 차세대 통신 시장을 차지하고자 약점으로 꼽히는 제조업 기반은 동맹을 통해 메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 한국도 6G 시장 잡으려 잰걸음
한국인 전문가들은 6G 시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위치 선점에 나섰다. 최형진 삼성전자 수석이 ITU-R에서 6G 비전을 정립하는 비전작업반 의장으로, 김윤선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마스터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통신 표준을 주도하는 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의 무선접속 물리계층분과(RAN1) 의장에 선출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통신기업 연합체 ‘넥스트G연합(Next G alliance)’의 애플리케이션 분과 의장사에 LG전자가 선정됐고 이기동 CTO부문 책임연구원이 의장을 맡았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한국인 의장의 존재를 통해 국제 표준화 과정에 한국의 입장을 더욱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5년간 2200억 원을 투자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핵심 장비와 부품을 국산화해 6G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만 핵심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고, 당분간 이어질 미중 간 갈등이라는 변수에 제대로 대응해야 6G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