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칼럼니스트·‘디렉토리’ 부편집장
“요즘 세대가 전화를 안 받는 걸까요?” 다른 친구는 나에게 묻기도 했다. 책을 내려고 출판 편집자와 연락을 나누는데 담당자가 메일만 쓰더라는 것이었다. “저는 전화번호를 구해서 문자로 인사하고 전화 거는 게 예의라고 배웠는데….” 그는 엄격한 직장에서 업무를 배웠다. 같은 직장인이어도 이렇게 다른 평행우주에 산다.
“취재원이 좋아할 법한 방식을 써요.” 1991년생 잡지 에디터가 상황을 간단히 정리했다. 직군과 세대, 개인 성격에 따라 업무 연락 수단과 방법이 다른 건 확실하다. 실제로 접촉 가능한 연락처 자체가 많아졌다. 회사 메일, 개인 메일, 회사 전화번호, 개인 연락처, 문자, 카카오톡. 요즘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다이렉트 메시지(DM)나 멘션 기능으로도 연락이 된다. “직군마다 선호 방식이 달라서요. 메일을 통한 의사소통을 좋아하기도 하고, 전화번호를 아예 안 알려주는 사람도 있고요.” 그는 취재원이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미리 조사한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에게서 보기 힘든 장인적 업무 태도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일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영화배우 라미란 씨는 미란이라는 이름의 래퍼와 협업해 ‘라미란이’라는 곡을 냈다. 해당 음원 메이킹 영상에 따르면 라미란 씨 소속사에서 래퍼 미란이 씨에게 연락하려고 인스타그램 DM을 보냈다고 한다. 연예인들끼리도 모르는 사이면 DM을 보내는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고, 해내는 사람은 어떻게든 해내는구나 싶어 멋있기도 했다. 멋진 연예인은 아니지만 나 역시 모든 채널을 다 열어두고 일을 받는다.
이상적인 업무 의사소통 절차가 없는 세상에선 개인 성향이 도드라지기도 한다. 지난주 연락한 어떤 분은 전화를 걸자 5초 만에 끊은 뒤 “앞으로는 문자나 메일로 이야기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태도를 계속 유지할 만큼 그분의 능력과 결과물이 탁월하길 바랄 뿐이다.
박찬용 칼럼니스트·‘디렉토리’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