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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기던 유튜브 가상 캐릭터, 직접 만나볼까?

입력 | 2021-07-13 03:00:00

가상+현실 ‘믹스버스’ 마케팅 인기
아이돌그룹 ‘매드몬스터’ 굿즈, 비대면 소개팅남 ‘최준’ 우산 등
유튜브 콘텐츠 속 가상 캐릭터 제품으로 만들어 전시-판매
영상으로 즐기던 가상 세계관, 실물로 만날 수 있어 팬들 호응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세계관을 집약해 전시한 ‘샌박 편의점’ 모습.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이게 ‘매드몬스터’ 팬덤 굿즈인가요?”

“‘한사랑 산악회’ 아저씨들이 들고 다니던 빨간색 약수터 바가지 이거 맞죠?”

개그맨 김해준이 연기한 사랑꾼 캐릭터 ‘최준’의 우산 굿즈.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에서 웃기려고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진짜’가 돼 나타났다.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 ‘샌박 편의점’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게 다 진짜 맞느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 팝업 스토어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450팀의 소속 크리에이터 가운데 100여 개 팀의 세계관을 활용해 꾸민 공간. 명칭은 ‘편의점’이지만 판매 목적보다는 유튜브에서 봤던 콘텐츠 소재와 소품을 실물로 접할 수 있게 만든 오프라인 전시에 가깝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에서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을 현실에서 재탄생시킨 ‘믹스버스(Mixverse)’ 굿즈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가상의 세계관(Universe)과 현실을 섞는다(Mix)는 단어를 합친 신조어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수단이자 마케팅의 일환이다. 팬들은 “즐겨봤던 콘텐츠를 새롭게 즐길 수 있어 기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엔 하루 2000명, 평일엔 1300명이 ‘편의점’을 다녀갔다.

단연 최고 인기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 ‘피식대학’의 주인공들. 개그맨 이창호가 맡은 캐릭터 ‘이호창’은 콘텐츠에서 시가 총액 500조 원의 코스피 1위 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의 미래전략실 본부장이다.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던 이야기는 이 공간에서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실제 식품으로 재탄생했다. 직장인 이성민 씨(34)는 “혼자 낄낄대며 시청하던 콘텐츠 속 세계관이 진짜 먹을 수 있는 김으로 나타나 신기하다. 친구들 것까지 김 여러 세트를 구매했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멤버들이 연기한 ‘한사랑 산악회’의 산악용품 패키지.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글로벌 아이돌이라 자칭하는 2인조 그룹 ‘매드몬스터’의 모자와 가방을 비롯해 피식대학의 인기 콘텐츠 ‘한사랑 산악회’의 등산용품 세트, ‘B대면 데이트’ 속 사랑꾼 ‘최준’의 얼굴이 새겨진 머그잔, 부채 등 소품도 방문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기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민지 브랜드마케팅팀 선임매니저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에서 강조하고 싶은 소재를 꼽았다.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가상의 해리포터 지팡이를 팔 듯 온라인상에서 밈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믹스버스’를 활용한 굿즈는 수익 창출보다는 팬덤과 소통하고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에 가깝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경우 채널의 전체 수익 가운데 굿즈 판매액의 비중은 15∼20% 수준. 다이아TV 소속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최근 간편식 제품을 선보였다. 비빔국수 만들기 영상이 조회수 1500만 회를 넘길 만큼 인기를 끌자 “우리도 먹을 수 있게 제품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이에 식품회사와 몇 년간의 연구 끝에 밀키트를 내놓은 것. 구독자 82만 명인 유튜브 채널 ‘냥이아빠’는 굿즈의 수익금을 비영리법인에 기부하며 팬덤 충성도를 높였다.

가상의 제품이었지만 성경식품과 협업해 실제로 출시한 ‘김갑생할머니김’.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과거 유튜버의 팬덤 굿즈는 크리에이터의 실제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 에코백 등 기념품 수준에 가까웠다. 앞으로는 세계관을 확장하는 콘텐츠의 일환으로 굿즈의 생산과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야기가 먼저 만들어지고 제품이 나중에 나오는 신개념 PPL과 같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팬들이 마치 보물찾기하듯 콘텐츠와 굿즈를 즐기는 현상은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