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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억만장자, 지상86km ‘지구밖 여행’ 성공… 우주관광 꿈이 현실로

입력 | 2021-07-13 03:00:00

[민간 우주여행 시대]한발짝 더 나아간 ‘상업 우주관광’



11일(현지 시간)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왼쪽 사진 앞)과 그가 세운 우주 여행사 버진갤럭틱의 직원, 조종사 등이 지구 상공 86km 지점에서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니티’ 내부가 무중력 상태가 되자 허공에 둥둥 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약 1시간의 짧은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브랜슨 회장이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 귀환한 뒤 함께 탑승했던 시리샤 반들라 갤럭틱 임원을 어깨 위에 태운 채 기뻐하는 모습. 버진갤릭틱 제공·뉴멕시코=AP 뉴시스


“일생일대의 경험이었다. 모든 것이 마술 같았다.”

11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71)은 약 1시간의 짧은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이렇게 말하며 “새로운 우주시대의 새벽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우주에 있는 기분이다. 현실 같지가 않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브랜슨이 세운 우주 여행사 버진갤럭틱의 이날 시범 비행이 성공하면서 인류 역사에 우주관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갤럭틱은 앞으로 시범 비행을 두 차례 더 한 뒤 이르면 내년 초부터 25만 달러(약 2억8700만 원)를 주고 티켓을 구매한 고객 600여 명을 차례로 우주에 실어 나를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미 항공우주국(NASA) 등 각국에서 선발돼 특수훈련을 받은 소수 비행사들만 우주를 구경했다면, 앞으로는 돈만 충분히 있으면 누구나 지구 밖으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브랜슨은 이날 오전 8시 40분(한국 시간 11일 오후 11시 40분)경 스페이스포트에서 갤럭틱의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우주로 향했다.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당초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반가량 지연된 스케줄이었다. 브랜슨과 갤럭틱 직원 3명, 전문 조종사 2명 등 모두 6명이 탄 유니티는 고도 약 14km에 이르자 모선(母船) ‘이브’와 분리돼 초음속 스피드로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후 지구 상공 86km까지 도달한 이들은 4분간 미세중력(microgravity) 상태를 체험했다. 브랜슨은 이때 동료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공중 부양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으면서 “모든 어린이 여러분, 나도 별을 보며 꿈을 키운 어린이였다. 이제 어른이 돼 우주선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하라”고 말했다. 그의 인생 모토는 “용감한 자는 영원히 살 수 없지만,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아예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VSS 유니티는 이륙 약 1시간 만인 오전 9시 40분경 스페이스포트 활주로로 귀환했다. 모선 명칭 ‘이브’는 아동복지 운동가인 그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브랜슨이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침에 따라 그를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까지 억만장자들의 ‘우주관광 3파전’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슨은 2004년 갤럭틱 설립 이후 17년간 시행착오를 수차례 겪었다. 2014년 비행 때는 우주선이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600여 명의 부호들이 25만 달러에 이르는 티켓을 사전 구매하는 등 그의 우주관광 프로젝트에 높은 신뢰를 보여줬다. 갤럭틱의 사전 예약 고객 명단엔 영화배우 톰 행크스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팝가수 저스틴 비버 등 유명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험 비행에 성공한 만큼 2014년 추락 사고 이후 중단된 사전 예약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판매될 티켓 가격은 25만 달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브랜슨에게 선수를 뺏긴 베이조스는 자신이 만든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을 내세워 이달 20일 우주관광에 직접 나선다. 남동생 마크와 1960년대 우주비행사 시험을 합격하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선발에서 제외된 80대 여성 월리 펑크, 2800만 달러(약 321억 원)를 내고 경매에서 티켓을 낙찰받은 익명의 고객이 동행한다. 탑승 비용을 지불한 민간인이 동승하는 만큼 진정한 우주관광의 효시는 브랜슨이 아니라 베이조스가 세울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베이조스는 11일 인스타그램에 “브랜슨과 승무원들에게 비행을 축하한다. 나도 하루빨리 (우주비행) 클럽에 가입하고 싶다”고 썼다.

머스크도 우주관광 경쟁에 일치감치 뛰어들었다. 그가 2002년 창립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올 9월 일반인 4명을 태워 지구 궤도를 도는 비행을 시도한다. 머스크는 11일 스페이스포트에서 브랜슨과 기념사진을 찍고 그의 비행을 직접 관전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머스크는 자신의 기업이 아닌 갤럭틱의 우주비행 탑승권을 사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기업의 우주선을 먼저 벤치마킹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브랜슨도 이날 비행에 앞서 “일론은 내 친구다. 나도 언젠가 그의 비행선을 타고 여행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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