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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손발 묶이고 권투”… 反李연대 공세에도 맞대응은 자제

입력 | 2021-07-13 03:00:00

“김빠진 사이다” 李 1위 딜레마



靑 방역회의 간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남춘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부터) 등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지사와 오 시장은 이날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수도권에 백신 우선 접종을 요청했다. 청와대 제공


“제가 처한 상황은 본선을 걱정해야 할 입장인데, 다른 후보들은 오로지 경선이 중요한 입장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구도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이 지사의 시선은 내년 3월 9일을 향하고 있지만 경선 통과가 목표인 다른 주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예비경선(컷오프) 레이스에서 ‘반(反)이재명’ 진영이 예상을 뛰어넘는 화력을 집중하면서 절반 이상 득표로 경선 승리를 자신했던 이 지사 캠프도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모습이다.

○ ‘1위 딜레마’에 처한 이재명

당초 이 지사 측은 경선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가 결선투표 없이 대선 본선에 나서 야권 후보와 맞붙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비경선 과정에서 ‘반이재명’ 진영은 네거티브 공세로 이 지사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1위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자는 게 전략”이라고 한 박용진 의원 등은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이 지사의 대표 정책 브랜드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여기에 이 지사 스스로도 ‘바지’ 발언과 ‘미 점령군’ ‘영남 역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이 지사는 일단 TV 토론에서 다른 주자에 대한 맞대응 공세는 최대한 자제하는 기조를 이어갔다. 경선 이후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 지사를 돕는 한 여당 의원은 “다른 주자들을 공격할 내용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경선 이후 ‘원팀’으로 뭉쳐야 할 때를 고려해 균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원팀’을 살려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본선에서 소위 우리 역량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저는 심하게 공격하면 안 된다”며 “손발 묶임 권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분들은 발로 차기도 하고 네거티브도 하고 하시지만 저는 포지티브한 공격조차도 섭섭하지 않게 해야 될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 지사가 이번 경선에서 “김빠진 사이다”란 공격까지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 열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발언만 이어간다면 본선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잃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도 이날 내년 대선이 여야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문제는 우리 내부 결속이 아주 단단해야 되고 소위 중도 보수 영역으로 진출해서 50% (득표율을) 넘겨야 이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이 지사의 상황을 두고 여권에서는 “1위 후보의 딜레마”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지사 측은 향후 경선 기간에도 다른 주자들의 공세에 맞대응하기보다는 야권 후보에게 맞설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 현역 도지사 신분도 제약

여기에 이 지사가 민주당 주자 6명 중 유일한 현역 도지사 신분이란 점도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다른 주자들은 평일에도 각종 일정을 자유롭게 소화하며 득표 활동에 나설 수 있지만 이 지사는 도정과 경선 선거 운동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도정 수행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공직자 사퇴 시한까지 도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것도 부담이다. 이 지사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당분간 이 지사는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며 “도지사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본경선과 대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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