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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중위에 강간 당했다”… 軍 “엄중하게 심판 예정”

입력 | 2021-07-13 11:09:00

두 달만에 불구속→구속수사
늦장대응·수실수사 의혹에는 “확인 중”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군의 성범죄 대응이 공분을 산 가운데, 연인이던 육군 장교에 의해 성폭력 등을 당했지만 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이 2차 가해를 막아달라는 호소를 외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은 뒤늦게 가해자인 장교를 구속수사 중이다.

자신을 민간인 피해자라고 밝힌 A 씨는 지난 11일 네이트판에 ‘육군 장교에 강간 당했다.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육군 장교(중위)에게 강간상해 및 리벤지 포르노, 강제 추행 등을 당했다”며 “가해자는 군부대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3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인이던 A 씨와 육군 B중위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던 차량 안에서 다툼을 벌였다. 이튿날 B중위는 A 씨를 깨워 대화를 시도했지만, A 씨가 거부하자 강압적으로 입을 맞추고 옷을 벗기려는 행동 등을 했다고 한다.

A 씨는 사건이 벌어진 뒤 B중위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와 함께 경찰에 신고한 내역 등을 캡처해 올렸다. 하지만 A 씨는 B중위가 “우리는 악연으로 다시 시작될 것” “내가 너 학교 다니는 꼴 볼 수 있을 것 같으냐” 등의 말을 하자 두려움에 신고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A 씨가 네이트판에 올린 글 일부.


A 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건이 발생한 뒤인 3월 31일 헤어졌다. A 씨는 이별 후에도 B중위가 찾아올 것에 두려움을 느껴 본가가 있는 서울에 사흘 정도 머물렀지만, 다시 대구로 내려온 뒤 집 앞에 서있던 B중위에 의해 집까지 끌려올라가게 됐다. 이때 A 씨는 강간·상해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신고로 민간 경찰이 나섰지만, 가해자인 B중위가 군인 신분인 관계로 4월 26일 해당 사건은 군사경찰로 이첩됐다. A 씨는 이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경찰서에서 군경찰서로 이관된 후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관된 후 B중위의 신고 취하를 위한 집착과 연락이 더 심해졌다”며 “집 주변을 찾아오고 지속적 연락을 해 도저히 막을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군사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 지원하는 수사관일 뿐이다. 개인적 부분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권리도, 관여할 권리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A 씨가 군사경찰 수사관과 나눈 대화라며 공개한 메시지. 네이트판


A 씨는 “(군사경찰) 수사관에게 CCTV 증거가 유력하니 CCTV를 확보해달라고 했으나 군사경찰은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면서 부실수사 정황이 있음을 주장했다.

이후 사건은 6월 8일 군검찰로 송치됐으며, B중위는 같은 달 말경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으로 사건이 이첩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육군 관계자는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피의자가 구속 수사 중인 것은 맞다”면서 “(부실 수사·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등은) 확인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어제(12일) 공소 제기한 상태”라며 “재판을 통해 엄중하게 심판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던 중 친언니가 알아차려 현재는 서울로 올라와있는 상황”이라며 “제발 공정하고 진실된 수사를 해달라. 왜 피해자가 숨어지내야만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육군 장교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군부대는 2차가해를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상태다. 13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2만 여명이 동의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