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최근 측근들에게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출마 선언문 작성을 두고 막판 고심에 들어간 최 전 원장은 ‘반문(반문재인)’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차별화 된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형 캠프의 상황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전 원장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사람들의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치에 대한) 구상을 들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 삶의 질 개선 및 경제를 살리기 중심의 국정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은 또 정치권이 오히려 국민들을 분열시켜온 게 아니냐는 문제 의식을 갖고 염려도 표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은 상처난 국민들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최 전 원장은 국민 에너지를 모으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면서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많은 국민이 분노에 차있지만 정치인마저 분노의 흐름에 편승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최 전 원장은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사회, 소외된 분들에게 빛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며 정치에 뜻을 두게 됐다. 앞으로 그것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조아라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