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위성곤 의원 정책간담회 “의료공공성 지키고 갈등해소 위해 조만간 폐기 법안 발의할 것” 도의회 소속 의원들도 폐기 입장 제주도 “외국인 전용 운영 불가피”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조성된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법정 소송을 진행하면서 개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리병원 특례를 삭제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녹지국제병원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섶섬, 문섬 등 서귀포 앞바다와 무인도 전경이 펼쳐진 해발 250m에 들어선 헬스케어타운. 서쪽 용지에 리조트단지가 들어섰지만 인적이 드물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동쪽 용지에 웅장하게 들어선 병원 건물은 녹이 슬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변했다. 중국 뤼디(綠地)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신축했는데 ‘외국인 전용’으로 제한되면서 개원하지 못한 채 법정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 공공성 훼손이냐, 의료서비스 확대냐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던 영리병원에 대해 특례를 삭제하는 법개정이 추진되면서 녹지국제병원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최근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와 정책간담회를 갖고 영리병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도특별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위 의원은 이 간담회에서 “영리병원에 대한 사회적 갈등과 더불어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만큼 의료공공성을 지키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영리병원 관련 조항을 폐기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제주특별법에 담긴 영리병원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입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리병원은 병원 설립이나 투자가 힘든 점을 개선해 대규모 투자로 의료 수준을 높이고, 해외 의료관광객도 끌어들이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국내 영리병원 논의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작됐으며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특별법은 ‘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 조항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투자자가 없던 영리병원은 2015년 중국 뤼디그룹이 정부로부터 영리병원 사업계획 허가를 받고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뤼디그룹 측은 778억 원을 들여 2017년 8월 헬스케어타운 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녹지국제병원을 지었다. 이후 개원 신청을 하자 영리병원을 둘러싼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8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허가 불가 의견이 허가 찬성보다 높게 나타나자 여러 상황을 고려해 ‘외국인 전용’을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승인했다. 하지만 뤼디그룹 측은 내외국인 관계없이 진료하는 당초 약속과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개원을 하지 않자 제주도는 2019년 4월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현재 이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