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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900여채 새 단장…“취약계층에 행복 선물”

입력 | 2021-07-14 03:00:00

[수요 기획]대학생 등 ‘농촌 집 고쳐주기’ 참여
다솜둥지복지재단 취약계층 봉사
어르신 대상 빈혈 등 건강도 챙겨
재단 “적극적인 후원의 손길 기대”



7일 경북 포항시 장기면 양포리에서 영남대 건축학부 봉사단 학생들이 꼼꼼한 손길로 도배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1일부터 10일까지 9곳의 낡은 농가 주택을 수리하는 데 힘을 보탰다. 다솜둥지복지재단 제공


#1. 7일 바다를 낀 한적한 경북 포항시 장기면 양포리가 반가운 손님들로 북적였다. 노후화한 화장실, 곰팡이 핀 주방으로 고민하던 9가구의 집을 고쳐 주기 위해 마을을 찾은 영남대 건축학부 ‘2021 농촌 집 고쳐 주기’ 봉사단 35명이 그 주인공이다.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벽지에 풀칠을 하고, 화장실 벽을 세우고, 주방 가구를 조립하는 학생들의 손길은 거침없었다. 주민 석두리 씨(81)는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어줘 걱정 없이 여름을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2. “코로나 백신을 맞고 몸무게가 5kg 빠지고, 요새 몸이 영 안 좋았는데 이렇게 간호사 선생님들이 와 주니 좋지요.” 8일 남서울대 학생들이 농촌 집 고쳐 주기 봉사를 펼치고 있는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는 간호학과 교수와 학생들까지 ‘지원 사격’에 나섰다. 마을의 노후 주택을 새로 단장하는 김에 어르신들의 건강도 살펴주기 위해 마을회관 앞에 천막을 치고 혈압 측정, 빈혈 체크, 당뇨 검사 등을 제공한 것이다.

올해 여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더불어 찜통 무더위와 장마까지 겹쳤다. 하지만 농촌 취약계층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기 위한 ‘희망家꾸기 농촌 집 고쳐 주기’ 봉사 활동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2007년 설립된 다솜둥지복지재단은 농촌지역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한 취약계층의 집을 고쳐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5357가구가 혜택을 받은 가운데 올해도 영남대, 남서울대 등 9개 대학과 44개 단체가 봉사단으로 참여해 전국 900여 가구에 새 옷을 입혀주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적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뜨거운 참여는 활동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영남대 건축학부 도현학 교수는 “올해로 농촌 집 고쳐 주기 활동에 참여한 지 10년째”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염려도 됐으나 학생들이 ‘올해는 언제 봉사활동 가느냐’며 오히려 참여를 재촉했다”고 전했다. 영남대 건축학부 권동구 씨(24)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농촌 집 고쳐 주기에 동참했다”며 “현장에서 직접 설계를 수정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히려 건축학과 학생으로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뜨거운 땡볕 속에서 천안시 입장면 곳곳의 노후주택을 고치고, 노인분들이 쉽게 오갈 수 있게끔 경사로를 놓고, 버려져 있던 마을창고를 단장하던 남서울대 학생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건축학과 김효민 양(21)은 “마을 어르신들이 기뻐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런 학생들이 그저 기특했다. 당장이라고 부서질 것 같던 부엌가구를 모두 교체해 주고, 간호학과 교수님이 집을 찾아 간단한 진료까지 봐 주자 박정순 할머니(82)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고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양손에 치킨 등 간식거리를 사들고 7, 8일 현장을 찾은 허상만 다솜둥지복지재단 이사장은 “황금 같은 여름방학을 열흘가량 포기하고 봉사 활동에 나서 준 학생들이 장하다”며 “앞으로도 농촌 취약계층의 주거생활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농촌 집 고쳐 주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작은 나눔’으로도 농촌 집 고쳐 주기에 동참할 수 있다. 다솜둥지복지재단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기후원이나 일시후원에 참여하면 농촌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집을 선물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포항·천안=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