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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규정 바꾼 꼼수에 올림픽 못갈뻔…“오히려 초심 찾았죠”

입력 | 2021-07-14 03:00:00

[도쿄올림픽 D-9]도쿄 우리가 간다
체조 국가대표 신재환



한국 체조 유망주 신재환이 9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링 훈련을 하며 어깨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생애 첫 올림픽인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신재환은 주 종목인 뜀틀에서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신재환 제공


한국 체조 유망주 신재환(23·제천시청)은 도쿄 올림픽 개막이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비로소 ‘꿈의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올림픽 출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체전 멤버가 아니라 개인으로 뜀틀에 나서는 그는 2018∼2020년 이 종목에서 세계 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당연히 올림픽에도 나갈 것으로 봤다. 하지만 국제체조연맹(FIG)이 갑자기 규정을 바꿔 올림픽이 불과 50일여 일 남은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이 대회 성적이 도쿄행 티켓을 좌우하게 됐다.

부담이 컸을까. 신재환은 월드컵에서 요네쿠라 기술(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돈 뒤 착지)을 펼치다가 착지에 실패해 5위에 그쳤다. 반면 이 기술을 창시한 라이벌 요네쿠라 히데노부(24·일본)는 1위를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 신재환과 올림픽 랭킹 포인트 동률(85점)을 이뤘다. 동률인 경우 최고 성적을 낸 3개 대회 합산 점수를 따져 순위를 가리는 규정에 따라 신재환은 0.07점 차로 간신히 도쿄행 티켓을 지켜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재환이 세계 1위를 질주할 수 있었던 건 혹독한 훈련의 산물이다. 하루 30번도 넘게 뜀틀을 뛰었다. 한 번 기술을 하고 나면 보통 5분은 쉬어야 하지만, 그는 30초 만에 다시 뛰는 등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확정한 후 1년가량은 뜀틀을 하루 5번도 뛰지 않았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도하 월드컵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신재환은 “일본이 자국 출신 FIG 회장을 활용해 꼼수를 부렸던 건지도 모른다”면서도 “월드컵 없이 올림픽에 나갔으면 내가 가진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을 거다. 지금도 잠들기 전마다 ‘올림픽 전에 초심을 다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태극마크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긴 평범한 체조 선수였던 그는 신형욱 남자체조 대표팀 감독의 눈에 띄어 잠재력을 꽃피웠다. 그의 잠재력을 꿰뚫어본 신 감독의 추천으로 그는 2017년 11월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자신을 믿어주는 스승 덕분에 올림픽 메달을 향한 꿈이 생겼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난도 6.0의 요네쿠라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2018년 2월, 신재환은 기술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방황했다. 장기간 기술을 체득하지 못하면서 자존감도 낮아졌다.

그를 붙잡아 준 건 동료 선수 이재성의 위로였다. 신재환은 “주변에서 칭찬보다는 채찍질을 많이 했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그때는 ‘잘하고 있다’는 그 한마디가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그는 2019년 3월 요네쿠라 기술을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면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다.

최근 신재환은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햄스트링 강화를 위해 스쾃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90kg 중량으로 20개씩 2세트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중량을 늘려 125kg 4개씩 2세트를 하고 있다. 오전 체력 훈련이 끝나면 휴식 후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뜀틀 훈련을 한다.

올림픽 목표는 메달이다. 색깔은 상관없다. 자신을 “무교인 듯한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올림픽에서만은 수도 없이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메달 획득을 향한 그의 마음은 간절하다.

신재환은 누구△생년월일: 1998년 3월 3일
△태어난 곳: 충북 청주
△신체조건: 165cm, 58kg
△학력: 율량초-내수중-충북체고-한국체대 졸업
△소속: 제천시청
△취미: 좋아하는 가수(혁오, 잔나비) 노래 듣기
△장점: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힘이 강함
△주 종목: 뜀틀
△올림픽 출전 종목: 뜀틀
△주요 수상: 2020년 FIG 월드컵(아제르바이잔) 뜀틀 1위, 2020년 FIG 월드컵(호주) 뜀틀 1위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