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D-9] 도쿄올림픽 현장에서
12일 일본에 입국한 본보 유재영 기자가 13일 아침 코로나19 PCR 검사를 위해 플라스틱 큐브에 타액을 뱉어 담고 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PCR 테스트 키트 데스(유전자증폭 검사 키트입니다).”
도쿄 올림픽 취재를 위해 12일 일본에 입국한 기자는 5시간 가까운 검역과 입국 수속 과정을 거치고 도쿄 시내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한 호텔에 겨우 체크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도 숨 돌릴 여유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이른 아침에 난데없이 호텔 직원이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그가 큰 포장 박스를 건넸다. 기습 방문에 “뭐라고요?”라는 한국말이 튀어 나왔다. 한국 취재진은 일본 입국 다음 날부터 3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매일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PCR 검사 키트에 자신의 타액을 넣어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검사 키트를 어디서 받는지, 어디에 제출하는지 입국 후에도 통보가 전혀 없었다.
막상 호텔에 도착하니 검사 키트가 담긴 박스가 호텔 로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호텔 직원이 또 키트가 도착했다며 방에 갖다준 것. 키트 배송 직원이나 호텔 관계자는 타액 샘플 제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호텔 직원이 관련 부서와 통화해 담당자가 타액 샘플을 받으러 온다는 대답을 전해주었다. 그것도 ‘오늘 가겠다’는 답이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나타난 담당자는 “내일도 샘플을 찾아가는 시간을 알 수 없다. 기다려라”라고 했다. 14일에도 언제 올지 모를 키트 수거 직원을 기다리며 침을 머금고 있어야 할 판이다.
공항 검역에서는 여권, 한국에서 두 차례 받은 코로나19 검사의 음성 판정이 담긴 건강 확인서 등을 수시로 내밀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항 밖에 나와 지정된 버스로 도쿄 터미널까지 이동한 뒤 다시 택시로 갈아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환대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기다림과 혼란의 연속은 잔치 손님 맞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도쿄에서는 올림픽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미디어 제공 버스에서 올림픽 홍보 광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좌석 뒤에 작게 일본 여자 근대 5종 선수인 사이토 아유무가 모델인 카드 광고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정작 사이토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일본 방송 뉴스 진행자들은 미국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 오타니 쇼헤이의 소식을 전하며 밝은 표정을 짓다가도 올림픽 뉴스에는 어딘지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2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문화 기사를 써온 일본 프리랜서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 씨는 “일본 정부는 방문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데 관리를 강하게 하는 것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안전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 집계를 팩스로 하고, 8월에 내놓을 ‘백신 여권’도 종이로 준다는 일본이 제대로 대회를 치를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