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제약없는 가상세계서 친구 만나고 회의하고 문화활동 美 로블록스 석달새 주가 92%↑, 에어비앤비-구글-테슬라 제치고 지난달 서학개미 순매수 1위로… 국내도 메타버스 펀드 잇단 출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걸그룹 블랙핑크와 팝스타 설리나 고메즈의 아바타가 춤을 추고 있다.(왼쪽/유튜브 캡처) 하나은행이 12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개최한 ‘하나글로벌캠퍼스‘ 오픈행사(오른쪽/하나은행 제공)
해외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직장인 이모 씨(38)는 최근 갖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모두 팔고 ‘로블록스’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 어린이들이 요즘 유튜브보다 로블록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다.
로블록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뉴욕 증시에서 가장 핫한 종목으로 꼽힌다. 미국 9∼12세 어린이의 약 70%가 사용해 미국의 ‘초통령’(초등학생에게 대통령 같은 존재)으로 불린다. 이 씨는 “아이들이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즐기고 친구를 사귀는 세상이 됐다”며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모든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투자하게 됐다”고 했다.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이 투자 판도도 흔들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앞다퉈 메타버스 대장주에 올라타고 있고,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로블록스 주가 석 달 만에 92% 급등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대표 주자가 로블록스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1억5000만 명이 넘는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시간 36분으로 틱톡(58분), 유튜브(54분)보다 훨씬 길다. 올 3월 1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로블록스는 이달 12일 현재 86.54달러로 마감해 공모가(45달러) 대비 92.31% 급등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Z가 만든 ‘제페토’는 전 세계 2억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증시에서 네이버 주가는 올 상반기(1∼6월)에만 47.35% 뛰었다.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는 코스닥 상장사 선익시스템도 상반기 279.72% 치솟았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기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사다.
○ 서학개미, 운용사도 메타버스 열풍 탑승
금융투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펀드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를 선보였다. 엔비디아 등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로블록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9일 현재 수익률이 4.3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85%)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28일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하나, 우리은행 등이 최근 제페토에서 은행장과 신입 행원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은행권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 역시 5월 민관협력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는 등 산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메타버스라는 놀이터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