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는박물관’, 현장 찾아가 전시… 청동기∼근대 유물 등 300점 소장 중앙박물관, 호모사피엔스 특별전… 古인골 28종 표본 만지며 관람 서울역사박물관, 체코인형극 체험
시각에 더해 촉각까지 가미된 박물관 체험형 전시가 늘고 있다. 레플리카(모조품)나 소수의 유물을 관람객이 직접 만지며 감상하는 방식이다.
전시 교육기업인 ‘만지는박물관’은 전국 학교 등을 찾아가 소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기원후 5∼6세기 신라시대의 목긴토기항아리(장경호·長頸壺)나 조선시대 운현궁 백자, 한성백제시대 세발토기(삼족기·三足器) 등의 유물을 만져볼 수 있다. 이 밖에 청동기시대 한국형 동검과 최고(最古)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의 레플리카도 있다. 만지는박물관은 100여 점의 유물 진품과 200여 점의 레플리카를 소장하고 있다.
황자정 만지는박물관 대표(53·여)는 “박물관을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시각장애인이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역사교육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만지는 전시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문화재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2019년 지정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호모 사피엔스 특별전’에서는 관람객들이 고인골 표본을 만져보며 인류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호모사피엔스에 초점을 맞춘 2부에서는 선사시대 석기를 체험할 수 있다. 깨진 돌 조각들을 관람객들이 직접 맞춰보면서 뗀석기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김동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진화라는 주제를 친근하게 전달하고 관람객이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져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나무 인형의 비밀’ 기획전에서 한 관람객이 인형극을 체험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체코의 유랑 인형극단은 라디오나 TV가 없던 18세기 무렵부터 인형극을 통해 도시 곳곳에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체코의 전설이나 동화를 기반으로 한 인형극 공연은 민족의식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