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첫날인 1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 붙은 오후 6시 이후 3인이상 모임 금지 안내문 너머로 사장이 테이블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독감에 가깝다며 싱가포르처럼 새로운 방역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이르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13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코로나19가 독감화 됐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 치명률은 1.5%, 높을 때는 2%, 3%까지 갔었는데 최근 한달은 0.3%다”라면서 “1.5%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과거 치명률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감 치명률이 0.1%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코로나19는 독감에 훨씬 가깝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처럼 확진자 숫자를 기준으로 방역을 하면 올가을이 돼도, 올 연말이 돼도 지금과 같은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방역시스템이라는 게 지속 가능하지 않고, 접종률이 올라간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사진=뉴시스
김 교수는 새로운 방역체계가 필요한 이유로 영국 사례를 들었다.
그는 “영국이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의 비율이 40%~50%이고, 1차 접종을 마친 비율이 70% 정도인데도 델타 변이 때문에 하루에 3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며 “백신을 접종하면 집단면역이 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확진자가 생기지 않는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방역시스템을 코로나와 공존하는 시스템, 그러니까 싱가포르 모델에 점진적으로 가까이 가는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이제는 ‘봉쇄적 방역’에서 싱가포르처럼 개인위생과 중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체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5월 대국민 연설에서 ‘뉴노멀(새로운 일상)’을 언급하며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고 독감이나 뎅기열처럼 엔데믹(풍토병·endemic)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토대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8일 오후 서울 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 대상자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과 정부는 싱가포르 같은 ‘독감 관리 모델’로 전환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직 국내 접종 완료자가 11%밖에 안 된다”며 “다른 나라에서 방역 완화하는 걸 따라가려다 이번 4차 대유행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언젠가 방역 해제가 필요는 하겠지만, 최소한 예방접종은 끝내야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치명률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고 입모아 말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2% 안팎으로 약 0.1%인 독감의 10배가 넘는다. 치명률을 낮추는 방법은 예방접종뿐이지만 우리나라의 1차 접종률은 30%에 그치는 반면, 영국과 싱가포르의 1차 접종률은 68%가 넘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