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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최근 심상찮은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물가가 덩달아 출렁이는 바람에 물가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각종 석유류 제품 수입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국내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기름값이 오르면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각종 서비스·제품의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물가지수는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11.1% 오른 뒤 5월(12.6%)과 6월(12.7%)에 걸쳐 3개월 연속으로 10%대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수입물가지수도 마찬가지로 4월 15.3%, 5월 14.2%, 6월 14.0%로 3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4월 국제유가가 사상 초유 ‘마이너스 가격’을 나타낼 정도로 폭락장을 연출한 뒤 올해 들어선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크게 반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유가 오름세가 수입물가는 물론 수출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수입품목 가운데 정제혼합용원료유는 전년 동월 대비 119.0% 급등했고, 제트유와 경유도 각각 68.0%, 경유 55.5% 올랐다.
수출 품목 역시 마찬가지로 정제혼합용원료유는 13.1%, 경유 6.4%, 휘발유 5.8%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국내에서 정제한 뒤 동남아 등지에 다시 내다 파는데 이러한 석유류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반적인 수출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수출물가가 상승하면 우리나라가 해외에 파는 제품 가격이 올라 통상 기업 이윤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수입물가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구입하는 주요 수입 품목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발표한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전년동기간대비 각각 48%, 37% 상승하고 2021년 연평균 배럴당 60달러를 나타낼 경우, 물가는 0.5~0.8%포인트(p) 오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올 하반기 들어선 전 세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상황 속에서 국제유가 오름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원유가격이 더 오를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유가가 100달러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7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로 1.8%, 상반기 1.7%와 하반기 2.0%를 예상했다. 이마저도 국제유가가 올해 60달러대 초중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가장 큰 물가 상방 리스크는 국제유가”라면서 “국제유가가 60달러대 중반보다 더 올라가면 물가전망치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