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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방화·약탈, 교민 불안 증폭…“피해상황조차 파악 안돼”

입력 | 2021-07-14 11:03:00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가 약탈과 폭동으로 번지면서 현지에 거주 중인 우리 교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 소요사태에 따른 교민 인명피해는 아직 보고된 바 없지만 재산피해는 계속 나오고 있다. LG전자의 공장이 전소되고 삼성전자 물류창고가 약탈당했다. 아울러 우리 국민이 운영하는 현지 가발공장도 피해를 입으면서 교민들의 재산 피해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남아공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요하네스버그 2200명, 케이프타운 1000명, 더반 120명 등 총 3300여명 수준이다.

이번 폭동은 지난주 주마 전 대통령 고향인 콰줄루나탈주에서 시작돼 남아공 최대 도시이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요하네스버그로 확산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군인과 경찰 대규모 병력을 주요 도심마다 배치한다는 입장이지만 교민들의 불안감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손춘권 남아공 한인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현재 폭동이 더반 지역에서 요하네스버그로 번지고 있다”면서 “특정지역에서만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사태가 지금 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많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약탈사태가 일어났다 이제는 소매점 그리고 주택지역으로까지 번져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약탈하려는 자들과 약탈당하는 자들 사이에서 쌍방 간 총기를 사용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하네스버그에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소매업체들도 많다. 그러나 손 회장에 따르면 이들은 소요사태로 인해 도시진입이 어려워 피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민들은 현재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손 회장은 “대부분 교민들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이 어려우니 당분간은 지켜보고 가정에서 대기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발공장뿐 아니라 한 교민의 인쇄공장도 이번 폭동으로 방화 피해를 당했단 소식도 알렸다.

남아공에서 제조업 사업을 하는 교민 A씨는 “요하네스버그 근교인 알렉산드라란 도시에서 폭동으로 인해 많은 피해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며 “알렉산드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개월 전에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했는데 참 다행스럽다”라고 안도했다.

실제로 현지언론에선 알렉산드라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쇼핑몰을 급습해 식료품을 털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도매업에 종사하는 교민 B씨는 “전날 더반에 있는 현지인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들의 창고들이 다 약탈당했다고 한다”면서 “돈이 될만한 것들은 모두 다 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아공 정부에서 9시를 통금으로 두고 있는데 통금을 무시하고 떼거리로 몰려나와 약탈을 하고 있어 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잠자코 집에 머물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정부는 주남아공 한국 대사관 차원에서 현지 경찰청 고위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등 교민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지 치안이 전반적으로 무너져 자택대기 말고는 다른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폭동과 약탈 사태가 5일째로 접어든 13일(현지시간) 남아공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72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대부분이 상점 약탈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련돼 있으며 이 밖에 총격과 은행 자동현금인출기 폭발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