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7.11/뉴스1 © News1
대선 예비경선을 끝낸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들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거나 날선 단어를 주고받으며 경선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도덕성과 가족에 의혹을 제기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옵티머스 사건’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고, 추 전 법무부 장관도 ‘0점짜리 당대표’라며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 적통’을 두고 얼굴을 붉혔다.
이 지사는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진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지 않냐”며 “본인을 되돌아봐야지, 문제없는 저를 공격하면 되겠냐”고 말했다.
정운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의 인터뷰,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언급하며 “대통령 부인은 공인인데 검증할 필요가 없다니. 혹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고 이 지사를 공격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간 선두주자로서 ‘원팀’을 강조하며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이 지사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부쩍 상승하자 공세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다 감수하고 참으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런데 주먹으로 맞는 건 다 단련돼 있는데 갑자기 발로 차니까. 원래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사이다가 쏘는 맛이 있지 않냐. 쏘는 게 아픈 사람들도 있다. 쏘는 맛은 조금 줄이겠다”고 말했다.
예비경선 TV토론에서 ‘명추연대’로 눈길을 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 전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뉴시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국무총리 시절은 대단히 안정감을 갖고 하셨다”면서도 “그러나 당대표로서는 점수를 드린다면 0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 전 장관은 “권리당원이 다 떠나갔다. 저는 100만 당원 시대를 열겠다고 해서 재임 시절 52만명이 증가, 72만명이 넘는 권리당원이 있었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에도 5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그런데 이 전 대표 시절 권리당원 10만명이 떠나갔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대표가 지난 2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는 입법 발의를 약속한 데 대해 “검찰개혁특위에 맡겨놓고 국회 상임위 중심주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당 대표가 그런 약속을 했으면 추진력 있게 해야지 책임회피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때아닌 ‘혈통’ 논쟁이라니 부끄럽다”며 “이런 논쟁이 또 다른 편가르기, 계파논쟁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력과 헌신성이 아니라 ‘너 어느 대학 출신이야?’, ‘너희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이냐?’ 출신과 배경을 묻는 사회가 우리 청년들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정 전 총리 측은 즉각 반박했다. 정세균 캠프 경민정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사자가 쓰지도 않은 ‘혈통논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비난하는 박용진 후보의 태도는 젊고 새로운 정치답지 않다. 정체성을 혈통으로 왜곡해 비난하는 꼼수 공격, 이런 게 구태정치”라고 맞불을 놨다.
또 “민주당 정체성에 누가 더 부합해왔는가를 자부하는 것은 당연한 경쟁력이고,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자연스레 판단하실 일”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