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서·행동특성 검사 질문 문항.2021.7.14.© 뉴스1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이 검사에 있는 그대로 성실히 응답하고 있다.”
계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결국 숨을 거둔 여중생이 사망하기 전 실시한 ‘학생 정서·행동특성 검사’의 질문지다. 경남교육청은 이 검사를 통해 학생의 일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14일 교육부와 경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초중고 의무·무상교육 12년 과정에서 ‘학생 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 3년마다 총 4차례 실시한다.
검사 도구는 초등학생이 CPSQ, 중·고생이 AMPQ로 나뉜다. 초등생은 65문항, 중·고생은 63문항이다.
온라인 ‘셀프 리포트’로 진행되며, 답변은 Δ‘전혀 아니다’ 0점 Δ‘조금 그렇다’ 1점 Δ‘그렇다’ 2점 Δ‘매우 그렇다’ 3점으로 측정된다. ‘맞다’ ‘아니다’의 문항도 일부 있다.
여중생 기준 33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관리군으로 분류되며, 39점 이상이면 위험군이다. 대략 10점에서 15점 사이가 평균이고, 각 학년과 성별에 따라 기준 점수는 상이하다.
계모의 학대에 숨진 여중생은 사망하기 1~2개월 전 검사를 받고 평균보다 매우 낮은 2점을 받았다.
즉, 아버지의 별거와 계모의 폭행에 정서적으로 심각한 불안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3월부터 6월 사이 학생은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온 것이다.
학교에서는 “괜찮다”는 이 학생을 말만 믿고 “(아동학대를)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질문에 숨진 학생이 솔직한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는 검사의 신뢰도를 의심해 볼만한 대목이다.
검사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답변이 총 2점 이상이면 자살위기군으로 판단한다.
또 60여문항의 정서행동특성검사(AMPQ) 참여 시간은 45~50분 정도 소요된다고 교육부는 파악하고 있다. 반면 타당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13세~18세 청소년 대상 다면적 인성검사(MMPI-A) 470여문항의 참여 시간은 1시간30분 안팎이다.
이은희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문항이 너무 단순하니까 뭘 알고 싶어 하는지 학생들도 알기에 의도적으로 답을 안 할 수 있다”면서 “소수의 문항만으로 진행되는 간이검사기에 간접적 질문이나 역문항을 담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검사에서 평균을 크게 벗어난 상·하위권은 모두 분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너무 낮은 점수도 특별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통상 사람들은 힘든 부분들이 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상위권 일부만 관리하고 있으며, 하위권은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다.
경남도교육청은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를 교육부에서 주관하기에 교육청 차원에서 제도를 수정·보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국 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정서·행동검사의 보완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예산문제 등을 거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MMPI 등 누군가가 만든 도구를 사용하려면 로열티가 들어간다. 해외 도구를 사용하는데 국가가 많은 돈을 지불해야 되며,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 찾아보자고 시작된 스크리닝 검사다. 보완할 내용이 있다면 보완해서 정책적으로 반영을 하는 것이 맞겠지만, 전문가들이 만든 검사 도구에 대해 공무원들이 어떻다저떻다 말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스크리닝 오차범위는 있을 수 있다. 오차 범위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이 검사 전체, 이 도구 전체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창원=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