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결혼식 때 지인들 얼굴을 못 보는 것도 서운한데, 답례품 200개를 그대로 사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경기 의정부에 사는 이모 씨(30)는 17일 결혼식을 앞두고 착잡한 심정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원래 지난해 3월 결혼식을 하려고 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 번이나 미뤄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번 주말 식을 올리게 됐지만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으로 이 씨의 결혼식에 올 수 있는 하객은 친족 49명이 전부다.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발표되기 전 이 씨는 예식장 측과 보증 인원을 200명으로 계약했다. 4단계 조치 시행으로 결혼식에 실제로 올 수 있는 하객은 4분의 1 수준이지만 예식장 측은 이 씨에게 “보증인원 축소는 어렵다”며 “200명에 대한 답례품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친족이 아니어도 입장 가능한 행사필수요원에 대한 해석도 예식장마다 다르다. 결혼식 생중계 전문업체 관계자는 “거리두기 강화 발표 이후 문의는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정작 투입 가능한 촬영인력이 몇 명인지 웨딩홀마다 말이 달라 예약 자체가 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예식장이 입장 가능한 촬영 인력을 1명으로 정해 “스냅촬영작가 외에는 입장이 어렵다”고 공지한 것이다.
서울의 한 예식장은 거리 두기 4단계 기간에 예식을 올리는 부부들에게 “촬영인력은 1 명만 입장 가능하며, 사회자와 주례도 되도록 친족 안에서 해결해달라”고 공지했다. 웨딩홀 측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려면 웨딩홀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촬영인력이 반드시 1명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지침을 놓고도 해석이 각기 다르고 공지마저 계속 늦어져 예비부부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24일 예정된 결혼식을 8월 14일로 연기한 강모 씨(30)도 예식장 측의 답답한 대응에 연기를 결정했다. 강 씨는 “예식장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지침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대답만 돌아와 결국 식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