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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정재락]울산시민 우롱하는 두 유통재벌

입력 | 2021-07-15 03:00:00

정재락·부산울산경남본부장


롯데가 최근 울산 복합환승센터를 착공했다. 고속철도(KTX) 울산역 앞 7만5000여 m²에 282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2025년 완공할 예정이다.

KTX 울산역과 도심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의 환승시설을 갖추는 이 센터는 울산 도시기반의 핵심 시설로 꼽히고 있다. 송철호 시장이 기공식에서 “울산 서부권 개발의 기폭제이자 도시 발전의 핵심사업”이라고 정의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롯데가 이 땅을 매입한 것은 2015년 6월. 울산시는 2018년 5월까지 실시계획 승인,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를 일사천리로 마무리해줬다.

그러나 롯데는 착공을 미뤘다. 울산시장까지 나서 롯데그룹 본사를 수차례 찾아가 복합환승센터 착공을 ‘읍소’하기도 했다. 5년간 꿈쩍 않던 롯데는 느닷없이 2019년 10월 울산시에 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이어 올 2월, 4월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당초 계획에서 환승시설 면적을 줄이는 대신에 상업시설 면적은 늘렸다. 주차장도 당초 계획에서 400여 면 줄였다.

롯데가 추진 중인 울산 강동리조트도 비슷하다. 2007년 2월 착공했다가 공정 30%에서 중단한 이 리조트 공사를 롯데는 14년째 미루며 수익성 높은 시설을 배치하려 시도하고 있다.

또 다른 유통재벌인 신세계도 마찬가지. 2013년 울산 중구 울산혁신도시 내 상업용지 2만4000m²를 사들인 신세계는 2016년 2월 이곳에 백화점을 짓겠다며 울산 중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2017년 착공해 2019년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경기 침체로 착공을 미루던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연면적 33만 m²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2023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신세계 차정호 대표는 지난달 송철호 시장과 박태완 중구청장을 만나 49층 규모의 ‘복합라이프스타일센터’를 2027년까지 짓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언해온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이 아닌 지상 3∼49층에는 1440실의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것이다. 쇼핑몰을 갖춘 상업시설은 지하 1층∼지상 2층에만 배치한다는 것이다. 상업시설은 전체 연면적의 10%에 불과하다.

한국의 양대 유통재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울산에서 벌이는 행태는 시민 편익보다는 기업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사꾼 근성’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롯데는 복합환승센터 공사를 예정대로 완공하고, 강동리조트 공사도 빨리 재개해야 한다. 또다시 ‘수익’을 따지며 사업을 지연시킨다면 창업주의 고향인 울산 시민들이 롯데에 가졌던 애정도 사늘하게 식을 것이다. 신세계도 더 이상 시민들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신세계가 당초 계획을 이행할 의사가 없다면 부지를 반납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의 성명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정재락·부산울산경남본부장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