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3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어제는 송영길 대표가 “정부와 야당과 협의해 공감대를 만들겠다”며 전 국민 지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여당에서는 선별 지원을 주장해온 홍남기 부총리의 해임 건의까지 거론하고 있다. 홍 부총리가 정치권의 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지 여부가 재난지원금 퍼주기의 중요한 변수로 남게 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피해 계층을 집중 지원하고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2차 추경의 기본 원칙이 재정 여건을 고려한 선별 지원이란 뜻이다. 나라 곳간을 지키는 경제부총리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까지 발생하면서 소상공인 등 특정 계층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선별 지원을 강화해야 마땅한데 정치권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함께 소상공인 손실보상 규모도 늘릴 예정이다. 소상공인 피해를 의식한 때문인데 문제는 재정이다. 여당 계획대로면 2차 추경이 당초 33조 원에서 4조5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고 한다. 정치권은 올 들어 세금이 더 걷혀 재정에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정부는 하반기 세수가 줄면서 연간 초과 세수는 31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12월 취임한 홍 부총리는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여러 차례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취임 직후 증권거래세 인하에 반대하다가 물러섰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땐 사표까지 냈지만 뜻을 접었다. 4차례 재난지원금과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재정준칙안 도입 등을 놓고도 정치권과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수용했다. 4차 재난지원금 선별지원을 관철시켰지만 금액 조정에선 여당에 밀렸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9전 9패’ 부총리란 얘기도 나왔다.
정치권의 ‘관료 패싱’과 포퓰리즘이 도를 넘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걸 이겨내고 재정을 관리하는 자리가 경제부총리다. 이번에는 직을 걸고 자신이 한 말을 관철함으로써 ‘9전 9패’나 ‘홍백기’와 같은 불명예를 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