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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잡기 전 화장… 경기날 굶고… 틈만 나면 기도까지

입력 | 2021-07-15 03:00:00

[도쿄올림픽 D―8]올림픽 출전 사격대표팀 15명, 종목특성상 ‘정신무장’ 중요해
각자 특이한 멘털 관리법 지녀
사격황제 진종오는 “비오면 불안”




“아침에 화장을 해요.”

도쿄 올림픽 사격 여자 대표팀 김보미(23·IBK기업은행)는 중요한 경기 당일에는 늘 거울을 들여다본다.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외모에 자신감이 생겨야 당당하게 총을 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김보미는 “경기 직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모습을 반복해서 떠올려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국 사격 선수는 총 15명이다. 사격이 장시간 집중력을 요구하는 종목인 만큼, 올림피언들이 정신력 무장을 위해 만든 생활습관도 독특하고 다양하다.

김보미와 같은 종목에서 올림픽 첫 출전을 앞둔 추가은(20·IBK기업은행)도 자신만의 특별한 멘털 관리법이 있다. 경기 전날 저녁과 당일에는 밥을 전혀 먹지 않는 것. 추가은은 “저녁을 먹고 자면 다음 날 아침에 손이 부어 총 손잡이를 잡는 것이 힘들다. 긴장하면 속이 불편할 때도 있어 최대한 불안 요소를 줄이기 위해 밥을 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종교에 의지하는 선수들도 있다.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남자 25m 속사권총의 한대윤(33·노원구청)은 경기 전 준비 시간에 항상 기도를 한다. 속사권총은 5개의 표적을 연달아 사격해 점수를 따내는 종목이다. 4년 전 손 떨림 증세가 나타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1년간 수술과 치료를 통해 회복했다. 한대윤은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늘 욕심을 내려놓으려 한다”면서도 “목표는 메달”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 10m 공기권총 1위로 도쿄행 티켓을 따낸 김모세(23·국군체육부대)도 경기 전 기도를 많이 한다. 그의 이름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가 직접 지어줬다. 김모세는 출애굽(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해방돼 나온 일)의 영웅이었던 모세처럼 “역경을 딛고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곤 한다.

2004년 아테네 대회를 시작으로 5회 연속 올림픽 사대에 오르는 ‘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경기 당일 비가 오는 걸 싫어한다. 일종의 징크스다. 진종오는 “비가 오는 것을 (내가)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인다”면서도 “긴장을 풀기 위해 ‘연습과 같이 경기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올림픽에서 메달 6개(금 4개, 은 2개)를 수집한 진종오가 도쿄에 가면 일기예보부터 챙길지도 모를 일이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