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생명으로]〈5〉느슨해진 ‘안전띠 착용’ 의식
올해 3월 한 차량이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갓길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을 때 안전띠를 한 앞좌석 승객들은 모두 살고, 안전띠를 매지 않은 뒷좌석 50대 여성만 숨졌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3월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IC)을 5km 앞둔 지점에서 2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갓길 옹벽과 중앙분리대를 연이어 들이받았다.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는 안전띠를 착용한 덕분에 경상에 그쳤다. 하지만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뒷좌석에 탔던 50대 여성은 오른쪽 유리창을 뚫고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현장에서 숨졌다.
4월 중앙고속도로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 방향으로 가던 1t 화물차가 졸음운전을 하다 급제동을 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60대 여성 운전자는 안전띠를 매 중상을 면했지만, 안전띠를 안 맸던 조수석 남성은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 목숨을 잃었다.
고속도로 통행량이 급증하는 휴가철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탑승자도 반드시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로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보다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최대 9배가 높다. 최새로나 한국교통안전공단 박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하던 국내 안전띠 착용률이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선 만큼 대형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사망자 3명 중 1명 안전띠 미착용
운전자들의 고속도로 안전띠 착용률은 그동안 매년 상승하다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조사대상자 9540명 가운데 안전띠 착용률은 89.1%(8503명)에 그쳤다. 2018년 88.9%, 2019년 91.4%로 상승하던 착용률이 다시 줄어든 것이다.
뒷좌석 탑승자들이 안전띠를 매지 않는 경우가 특히 많다. 조사 대상인 뒷좌석 탑승자(1043명) 중 안전띠 착용 비율은 48.6%(507명)에 불과했다. 운전자는 96.1%의 안전띠 착용률을 보인 반면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019년(65.0%), 2018년(56.4%)과 비교해도 급감했다. 조재성 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뒷좌석 탑승자 안전띠 착용 특히 중요
먼저 운전자가 안전띠를 느슨하게 맬 경우의 중상 가능성은 49.7%로 안전띠를 제대로 착용할 때(10.8%)의 5배였다. 보조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정상적으로 착용하면 중상 가능성이 12.5%에 그치지만 미착용 시에는 80.3%로 치솟았다. 뒷좌석에서 어린이가 안전띠와 카시트를 모두 착용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시험에서는 중상 가능성이 99.9%였다. 안전띠와 카시트를 착용했을 때(11.2%)의 9배에 달하는 수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앞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차량을 출시할 때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하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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