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피플]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
‘Waterfall-NYC’는 원타임스스퀘어(One Times Square)의 외부 벽면에 총 4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높이 102.5m의 초대형 전광판을 이용한 작품이다.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벽돌과 철골 구조물 위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거대한 폭포가 강렬하면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021년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매 정시에 1분간 상영된다. 디스트릭트 제공
예술은 ‘헉!’ 또는 ‘악!’하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대중 예술, 디자인이 더 그렇다. 작년 서울 삼성동 네거리 입체 전광판에 ‘웨이브’가 등장했을 때가 그랬다. 거대한 파도가 마치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역동적인, 그러면서도 예술적으로 표현된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한국이 만든 것 맞아?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서울 삼성동 코엑스 KPOP SQUARE의 ‘WAVE’작품. ‘WAVE’는 에 위치한 가로 81m, 세로 20m의 ‘L’자형 대형 LED 스크린에 끊임없이 몰아치는 입체적인 파도를 표현한 미디어아트다. 2020년 4월 상영을 시작하여 9월 30일에 종료되었으나, 공익 기부 방식으로 2021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간 재상영된다. 디스트릭트 제공
‘Waterfall-NYC’는 원타임스스퀘어(One Times Square)의 외부 벽면에 총 4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높이 102.5m의 초대형 전광판을 이용한 작품이다. 2021년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매 정시에 1분간 상영된다. 디스트릭트 제공
1535 Broadway, New York, NY 10036, United States에 상영 예정인 ‘Whale #2’의 모습. 디스트릭트 제공
이달 18일 세계 디자인 아트의 중심 뉴욕, 그 중에서도 한 복판 타임즈스퀘어에 디스트릭트가 제작한 디지털 디자인 아트 ‘Waterfall-NYC’이 120m 높이의 전광판에 걸린다. 마치 물세례를 내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것이다. 타임즈스퀘어의 다른 쪽에서는 축구장 2배 크기의 초대형 스크린에서 역시 디스트릭트의 디지털 아트 ‘고래’가 춤추게 된다. 뉴요커들은 깜작 놀라게 할 것이다. 전 세계 뉴스미디어들이 벌써 주목하고 있다. 한여름에 맞춰 모두 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서울 삼성동 ‘웨이브’와 결을 같이 한다.
이 작품들을 만든 회사가 디스트릭트(d‘strict)다. 디자인(Design)을 엄격하게(Strict)하겠다는 의미다. 이 회사의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이 에이스트릭트(a’strict)다. 예술(Art)를 엄격하게(Strict)하겠다는 뜻을 지었다고 한다. 한편 산업디자인을 넘어 순수 예술의 경지로 올라서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입구에 선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 세계 광고디자인의 메카인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전 세계가 놀랄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디스트릭트의 젊은 대표 이성호 씨는 독특한 이력, 희한한 인연을 갖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에 1년 정도 다녔다. 2007년 군복무를 대체할 산업기능요원으로 디스트릭트에 입사했다. 회사가 하는 일,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을 보고 회계법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6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서울 삼성동 디스트릭트 사무실에서 만나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기업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디스트릭트는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어떤 회사인가?
디스트릭트는 2004년에 설립된 디지털 디자인 회사이다. 오랫동안 상업 디자인을 해오며 고객사에서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B2B 서비스를 해오고 있었다.
작년부터 시도한 새로운 사업 예를 들어 웨이브 또는 제주도 전시장들이 변화의 계기가 되어 최근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디자인 회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일반 디자인 에이전시와 차원이 ‘디자인 컴퍼니’의 길이다.
이대표가 꿈꾸는 미디어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제주도에서 성공한 아르떼뮤지엄 사업은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퓨처넷과 공동사업 형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디자인 에이전시와 디자인 컴퍼니는 같은 디자인 회사이면서 일하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차이가 무엇인가?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디자인 에이전시 또는 스튜디오들은 고객사인 기업에게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구조다. 당연히 작품에 대한 권리는 주문한 고객사의 것이다. 광고기획사들이나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조다.
디자인 컴퍼니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가진다. 그리고 원하는 고객에게 제공한다. 작품 판매 및 대여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시도를 약 10년 전부터 계속 해왔다. 그 과정은 험난했고 많은 실패와 아픔이 있었다. 2020년 들어서며 ‘이제 마지막이다’는 생각으로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보다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며 큰 변화의 모멘텀을 맞이했다. 비로소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디자인 컴퍼니 회사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조만간 여름 뉴욕의 한복판 타임즈 스퀘어에서 새로운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WAVE’ 이후 전세계에서 좋은 전광판을 보유하고 있는 많은 사업자들로부터 ‘우리에게도 WAVE와 같은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문의가 많았다.
타임즈 스퀘어에서 세로로 가장 긴 전광판에 ’폭포‘를 소재로 한 공공미술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리고 타임즈 스퀘어의 다른 측면에 가장 큰 면적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전광판 사업자의 요청에 의해 물로 만들어진 ’고래‘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되었다.
또한 유명 글로벌브랜드와 작년 삼성동 코엑스에서 선보였던 ’WAVE‘를 활용한 광고작품을타임즈 스퀘어의 또 다른 대형 전광판에서 선보이는 기회도 발생했다.
뉴욕의 심장인 타임즈스퀘어에서 ’물‘을 소재로 한 3개의 작품들을 동시에 선보인다. 아마 작년 코엑스에서 선보였던 ’WAVE‘ 이상의 관심과 호응이 전 세계적으로 쏟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삼성동 코엑스에 상영된 ’WAVE‘의 제작사로 유명하다. 이것이 회사의 성장과 관련이 있나?
회사의 성장 모멘텀이 된 첫 번째가 코엑스에 선보인 퍼블릭 미디어아트 ’WAVE‘라고 할 수 있다. ’WAVE‘는 기존의 디자인 에이전시의 문법을 탈피하여 우리가 자체적으로 투자해서 우리가 소유권을 가진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라이선스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한 중요한 시도였다.
이성호 대표가 이끄는 회사의 이름은 디스트릭트(d‘strict)다. 디자인(Design)을 엄격하게(Strict)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퍼블릭 미디어아트는 광고인가? 미술작품인가?
도심 속 전광판이 광고 이외에도 공공미술에 가까운 매력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필요로 하는 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돈으로 먼저 투자해서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라이선스 서비스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WAVE‘를 제작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WAVE‘작품을 좋아하고 이와 유사한 작품들을 필요로 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우리의 가설이 맞았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확신을 기반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자체 투자를 통해 퍼블릭 미디어아트 작품을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이러한 작품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서 전 세계의 전광판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라이선스하는 LEDART.com이라는 사이트 및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서비스는 회사가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리라 믿는다.
여기에는 디스트릭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미디어아트 작가 및 디자인 에이전시들이 작가로서 참여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제주도의 아르떼뮤지엄은 다른 차원의 사업인가?
회사가 디자인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해 시도했던 두 번째 성장 동력은 아르떼뮤지엄 사업이다. 아르떼뮤지엄은 자연 속 소재와 공간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된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작년 9월말에 제주도 애월에 있는 1400평 정도 되는 폐공장을 손봐서 첫 전시관을 개관했다.
지난 9개월간 54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누적 매출액은 75억원이 넘고 올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우리 회사의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이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디자인 컴퍼니가 되기 위한 안정적 수익기반이 생긴 셈이다. 일회성 프로젝트에 의존해야 했던 회사 입장에서는 꿈 같은 일이다.
-아르떼뮤지엄을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할 예정인가?
올해 하반기부터 아르떼뮤지엄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강릉, 여수는 올해 하반기 오픈이 확정되었고 내년에는 경주, 부산 등 또 다른 주요 관광거점 도시에 확산이 진행될 예정이다. 모든 전시관은 ’자연‘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각 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작품에 반영하여 각각의 아르떼뮤지엄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여수는 바다, 강릉은 산과 계곡을 컨셉으로 관련된 작품들을 신규 제작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매출의 90%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BTS의 매출도 해외 비중이 높은 것을 알고 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없나?
제주 아르떼뮤지엄에 대한 반응이 좋다보니 해외의 많은 공간사업자들이 아르떼뮤지엄 유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홍콩, 방콕, 심천, 청도, 시애틀 등 글로벌 주요 거점 도시들의 입점 가능한 공간사업자와 협의 중이다. 우리는 2025년까지 전 세계 30곳 이상의 도시에 아르떼뮤지엄 전시관을 확산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독자적으로 진출하나?
아르떼뮤지엄 사업의 확산은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퓨처넷과 공동사업 형태로 진행한다. 안정적으로 사업비를 확보하고 보다 공격적인 확산과 하드웨어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현대퓨처넷이 이런 역할을 담당해줄 예정이다. 이렇게 시장 지배력을 갖추면서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선보이면, 아르떼뮤지엄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독보적인 미디어아트 전시 브랜드로 포지셔닝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소더비 경매에 참여한 기사가 있었다. 순수 예술에도 진출하나?
전통적인 순수 예술은 화가가 그린 그림이나 조각 등의 설치 미술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방식 외에도 미디어를 활용하는 디지털 아트 작품들이 파인 아트에서 하나 둘씩 수용되는 변화가 있다.
에이스트릭트의 작품은 소더비의 경매에 초청을 받았고, 홍콩에서 1주일간의 옥션 프리뷰 전시를 거쳐 6월 18일 작품의 경매가 진행되었다. 만다린 팝의 전설이자 예술 작품에 대한 열정적인 수집가로도 알려진 주걸륜(JAY CHOU)이 큐레이션한 47개의 작품들이 참여했다. 에이스트릭트는 ’Waterfall-Sands‘(2020/2021) 작품을 선보였고 최종 낙찰가는945,000 HKD(약 1억 3800만원)였다.
현대 미술 작가로 등단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이 장 미셸 바스키아,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소더비 경매에 초청된 것은 이례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첫 경매임을 고려했을 때 낙찰가 또한 고무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이러한 에이스트릭트의 출범과 활약은 디자인 컴퍼니로 성장하는 전략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최근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디자인 회사의 길을 걷고 있다. 직원들의 책상마다 차양막들이 달려있다. 작업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장인들의 면모가 엿보인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본인이나 회사의 장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창업 이후 17년이 지났다. 경영진들 중에는 대표이사인 내가 14년의 근속연수로 가장 짧게 근무한 사람이다. 우리는 현재의 성장을 이루기 전까지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11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던 ’LIVE PARK‘의 실패로 창업주 중 한 분이 돌아가시는 일도 있었고, 2018년에는 중국 사업의 수주 규모를 키우다가 수금이 제대로 되지 못해 직원들 월급이 밀렸던 시기도 있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다들 소명 의식이 있고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돈 또는 개인의 이익만을 우선시했다면 어려운 시기에 다들 회사를 떠나거나 별도로 회사를 차리거나 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회사는 재미있는 일, 멋진 일들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돈도 벌고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정말 다행이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사업 영역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직원들이 더 만족할 수 있도록 업무 구조를 잘 만들어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신경 쓸 생각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